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그렇게 처먹었으니 당연하지

by 신선영

친구들과 술자리에 다녀오는 남편에게 연락했다. 하겐다즈 벨지안 초코, 포카칩, 홈런볼 등 키워드만 계속 던졌다. 안 사 와도 그만인 마음이었다. 게다가 하겐다즈 벨지안 초코 미니컵은 편의점에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내가 사려고 했는데, 친구가 대신 계산해 줬다'면서 벨지안 초코 2컵과 포카칩, 홈런볼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최악이었다. 사달라고 말하면서 사 오지 않길 바랐다. 강제로 먹지 않게 되길 바랐다. 그 모든 기대가 무너졌다. 실망과 고마움이 뒤섞여 엉망이 됐다. 돌아온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거실에서 포카칩을 천천히 뜯었다. 이어서 홈런볼도 뜯었다. 곧이어 잘 넣어두었던 초코송이도 꺼냈다. 다 먹고 나니,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와, 질리게 먹었다."였다. 한동안은 생각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잘 된 건가 싶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제어가 안 됐다. 점심에 현대카드에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일층 레스토랑에서 내놓은 음식을 한 스푼씩 다 맛봤다. 게다가 말차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폭주하니 식곤증이 몰려왔다. 이틀 내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도 있었던 것 같다. 속이 불편하니 매콤한 게 당겼다. 남은 마라샹궈를 먹었는데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맥주가 먹고 싶었다. 뜬금없이 맥주가 마시고 싶다는 말에 편의점을 다녀오는 내내 남편이 걱정했다. 하지만 맥주 한 모금에 크게 트림을 토해내는 나를 보고 남편이 말했다.


"점심을 많이 처먹어서 탄산이 당겼던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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