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한 달을 날로 먹었다
꾸준히 몸무게를 체크하다가 멈춘 지 꼬박 한 달. 몸무게는 1kg 정도밖에 늘지 않았지만, 체형이 망가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줄줄이 한식 위주로 먹던 식단도, 산책도 다 접어버리고 아무것도 안 했다. 틈틈이 무언가 했다면 신춘문예 응모작 준비였다. 에세이를 쓰면서 쓴 소설은 내가 주인공인척 하면서 모든 생각을 다 써버리고 있었다. 그걸 잡아내느라 에세이를 한 달간 접어뒀다는 게 그나마 유일한 핑계였다. 공복 몸무게와 혈당을 체크하는 루틴이 무너지면서 공들여 만들어놨던 하루 루틴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하나가 흐트러지면 '에라이, 다 될 대로 되라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중간에 일주일은 아이온 2에 몰두해 있었다. 만렙까지 찍으며 주어진 퀘스트를 모두 끝내고 나니 흥미가 떨어졌다. 개인 간 거래도 결국 결제를 요구했다. 그 순간, 몇 만 원 앞에서 왜 이렇게 망설이는지 스스로가 조금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게임을 접어버리게 된 결과를 보면서 그게 맞는 판단이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몇만 원은 초반 투자비용으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진짜 아까울 뻔했다. 덕분에 나는 작은 퀘스트라도 주어지면 그걸 완료하기 위해 열정을 쏟는 사람이라는 것도 배웠다.
거창할수록,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할수록 한 순간에 엎어질 수 있는 나를 보면서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하려고 해야겠다고 또다시 다짐할 수 있었다. 나는 다짐은 잘하지만, 다짐을 지키는 데 서툰 사람이기도 했다.
의미 없는 시간은 없었다. 비록 가시적인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한 달이었지만, 그간 누려보지 못했던 시간으로 사치하며 나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ChatGPT를 통해서 내가 갖고 있는 질환을 입력하고 먹으면 좋은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을 찾아 해 먹기 좋은 식단을 짜기도 했다. 남편은 모르지만 12월부터는 그 식단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11월 한 달 동안 사 둔 오레오 오즈, 앙팡 사과맛 요구르트 등은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돌아왔다.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