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간 보지 않으면 되는 거지
친구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워킹맘으로 살았던 엄마는 어떻게 딸 둘을 이렇게 키웠지, 싶었다. 게다가 생일파티라고 잔칫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소풍이라고 새벽부터 김밥을 몇십 줄씩 척척 해냈던 엄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대단했다. 엄마는 음식을 할 때마다 계량을 하지도 않고, 간을 보지도 않았지만 매번 맛있는 요리를 해줬다. 그래서 나는 근 10년 동안 간을 보지 않고 음식을 했다. 어쩌면 나도 자연스럽게 엄마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간은 안 봤지만 계량은 했다.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 매번 레시피를 보고 따라 했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가끔 레시피를 벗어나는 요리를 만들었고, 피해자도 생겼다.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아직도 내가 신혼 초에 해준 '새우젓 콩나물국'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 일을 회상하면서 '새우젓'은 우리 집 금지 품목이라고 지정하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그냥 다 넣으면 안 되나?'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콩나물국에 남은 새우젓을 다 때려 넣었다. 결국 남편은 콩나물국 위에 둥둥 떠다니는 수십 마리의 새우를 마주했다.
전에는 '먹을 수만 있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요리했던 것 같다. 아니면 어떻게 하든 맛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왕 건강하게 먹을 거라면 맛있게라도 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심 이후, 나는 간을 보기 시작했다.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라따뚜이를 만들 때도 시판 토마토 소스에서 토마토 퓌레로 베이스를 바꾸면, 맛이 없어질 줄 알았다. 밀키트로 되어있는 양념 불고기나 제육볶음 대신 생고기를 사서 직접 양념을 해서 주니 남편도 더 맛있다고 한다. 시판 제품은 간편하긴 하지만, 조금 덜 달고 덜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해 먹는 게 훨씬 좋은 것 같다. 남편은 내가 건강을 위해 시판 제품을 줄이고 있다는 건 모른다. 그저 내가 직접 만들면 더 맛있어서 그런 줄 안다.
퇴사 직후에는, 3년 동안 요리를 쉬었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은 제법 감이 살아났다. 북엇국 앙코르로 아침에 끓이고, 저녁에 또 끓일 정도였으니까. 예전 같았으면 북엇국에 양파도 넣고, 콩나물국에 남은 새우젓도 막 때려 넣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