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너무 먹고 싶어
대충 살아낸 한 달 동안 섭취가 늘어난 게 있다면 바로 맥주였다. 편의점에 갔다가 슈퍼 드라이 아사히 생맥주를 발견하면 8캔을 기본으로 사서 들고 왔다. 하지만 근 8년 동안 카페인과 알코올을 끊고 지낸 나는 1캔만 마셔도 드러누워야 할 정도였다. 이미 알쓰(알코올 쓰레기)가 되어버렸던 나는 술을 즐길 수가 없었다. 결국 사온 맥주에서 80%는 남편이 먹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움만 삼키다 남편이 좋아하는 복숭아 젤리를 직구하다가 아사히 제로를 발견하게 됐다.
배송비 15,000원 때문에 두어 달을 망설이다가 주문한 맥주는 꽤 입맛에 맞았다. 맥주 맛이 나는 탄산수 같았는데, 취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소주 두 잔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맥주 한 캔에 세상이 울렁거리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는데 제로가 꽤 맛있다니! 게다가 0kcal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장에서는 2캔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특히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먹었을 때는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 더부룩함에 잠도 들지 못해서 소화제를 먹고 겨우 잠들었다. 맥주도 경우에 따라 고포드맵으로 분류되고, 그나마 제로 맥주일 경우에는 포드맵 지수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탄산이 장내 팽창을 일으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어렵다, 정말.
맥주를 마시는 모습 덕분에 남편 눈에는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게 보였을 것이다. 물론 이제 다시 시작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나한테 맞는 음식을 찾아간다면 나 또한 기분 좋게 살을 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