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사요 May 27. 2024

길 건너 친구들

[Vol.8] 횡단보도는 왜 만들어졌을까


 횡단보도는 현대와 같이 수없이 많은 자동차가 도로를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마차, 인력거, 혹은 말이나 달구지 정도가 교통수단의 전부이던 시절에는 당연하게도 횡단보도라는 사회적 약속을 담은 선이 필요하지 않았고, 또 없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왜 횡단보도라는 것이 탄생했을까?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횡단보도의 시초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물건은 고대 로마에서 수로 사이에 디딤돌을 놓아 건널 수 있게 했던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고대 로마는 당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정말 놀라울 정도의 수로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이를 통해 도시를 정비하였으니 수로를 건너기 위한 '보도'가 필요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마치 지금의 도로, 혹은 철로가 로마에서 전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던 포장도로를 기준으로 발전한 것과도 같다.


 그리고 로마가 멸망한지도 오랜 세월이 흐르고, 1868년에 이르러 로마 시대에는 변방에 불과했던 영국에서 최초의 횡단보도가 등장하게 된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 설치된 이 '횡단보도'는 비록 지금과 같은 하얀 선은 없었지만 당시 시내를 주행하던 '노면 전차'로 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철도용 완목 신호기 까지 갖춰진 나름 현대로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횡단보도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리고 1926년이 되자, 비로소 '자동차'라고 하는 물건이 도로를 마구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에 영국 런던의 교통자문위원회에서는 드디어 도로 위에 줄을 긋고 표지판을 세우는 현대적 의미의 횡단보도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창 유럽이 재건기에 들어가 있던 1951년에는 더 쉬운 식별을 위해 지금처럼 '여러개의 선'을 그은 형태의 횡단보도가 등장한다.



 횡단보도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각국의 다양한 도로 사정에 따라 여러 형태로 진화하기도 했다. 대각선 방향의 횡단보도, 도로 폭이 넓을 때 2개로 나뉘어져 중간에 보행자를 보호하는 공간이 있는 일명 '스태거드 횡단보도'와 같은 형태의 횡단보도들은 연구와 실제 적용을 거쳐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변화해 나가는 중이다.


 길을 건넌다. 이 행위는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부이지만 생각해보면 횡단보도나 신호등 같은 교통 인프라가 없다면 차가 쌩쌩다니는 도로를 건너는 일은 생각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일이다. 우리도 이제 정지선과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는 교통 선진국의 반열에 들고 있는 상황이라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횡단보도와 같은 사회적 약속을 상호 간에 신뢰할 수 있는 의식적 원숙함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등장, 횡단보도의 정립, 차로 구분과 신호등의 발달, 이런 것들은 사회의 발전과 역사의 흐름속에서 결국 '사람'을 더 편리하게, 안전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가 더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지금은 AI 횡단보도 같은 것들도 개발되는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제 아무리 사회가 발전하고 인프라가 구축되더라도 결국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관여해야하는 영역이 작아질수록, 그리고 우리 스스로 그 변화에 익숙해질수록 '사람'에 대한 서로의 배려를 통해 사회적 약속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게 서로가 서로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9세기 전기차의 등장과 몰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