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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사요 May 13. 2024

19세기 전기차의 등장과 몰락

[Vol.7] 지금은 왜, 다시 전기차일까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가 발명한 최초의 충전식 전기차 '삼륜자전거'

 전기자동차 자체는 의외로 내연기관 차보다 빠른 시기에 개발되었다. 1828년 헝가리 사제 아니오스 예들리크는 최초로 소형 전기차 모형을 만들었다. 1834년 스코틀랜드 발명가 로버트 앤더슨은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일회용 전기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전기 충전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 가능한 전기차는 납 축전지가 발명된 1859년 뒤에야 만들어지게 된다. 1881년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는 최초로 영구 사용 가능한 충전식 전기차를 시연했다.


Egger-Lohner Model C.2 Phaeton / 사진=위키피디아


 심지어 100㎞/h를 세계 최초로 돌파한 것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전기자동차였으며, 벨기에의 카미유 제나치가 만들었다. 그 유명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 조차도 Egger-Lohner Model C.2 Phaeton이라는 전기자동차를 제작한 적이 있다.


 전기자동차는 당시 꽤나 인기를 얻었다. 기술 한계상 '시끄럽고 더럽다'는 인식이 있었던 당시의 내연기관 차량들과 다르게 전기차는 나올 때부터 조용한 차량이었고, 특히 시동 과정에서 불편이 적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1769년 프랑스의 니콜라 퀴뇨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증기자동차였다


 아침에 출발하는 데 불 지피고 물 끓이느라 45분이나 걸렸던 증기자동차와, 시동을 걸기 위해 크랭크를 돌려야 하고 복잡한 기어 변속이 필요한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선 운전하기가 편리하여 내연기관 차량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처음엔 부유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팔리다 나중엔 뉴욕과 파리 등에 전기 택시가 대규모 도입되는 등 생각보단 이 때까지만 해도 내연기관 차량과의 판매 편차가 심하게 벌어지진 않았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뀔 무렵에는 이미 미국 도로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의 1/3 이상이 전기 자동차였을 정도. 특히 1911년엔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미국의 자동차 기업인 GMC가 전기 트럭을 내놓게 되는데, 자동차라는 물건의 판매 대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었던 시절임에도 누적 판매량이 682대에 달했다.


세계 최초로 전기 스타터를 도입하며 전기차의 몰락을 이끈 1992 캐딜락 모델 30 / 사진=캐딜락 


 그러나 당시의 전기자동차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일정 수준 이상으론 성능 향상이 지지부진했고 점점 한계에 봉착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의 성능 부족이었다. 단위 부피당 용량이 적고 중량이 무거운데다 충전 속도도 느렸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 기반시설도 부족했다. 그래서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비싼 가격, 심하게 무거운 배터리, 너무 긴 충전 시간, 짧은 주행거리 등의 문제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전기자동차가 비판에 휩싸인 사이에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급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1908년, 포드 모델 T와 같은 대량생산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하며 전기자동차와의 가격 격차를 더 벌렸고, 1912년엔 캐딜락이 전기 스타터를 최초로 개발/도입하며 당시 내연기관 자동차 운전의 가장 불쾌한 측면 중 하나를 제거함으로서 전기자동차 수요를 내연기관으로 일부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여기에 더해 도로 여건까지 나아지며 먼거리를 이동할 때 열차가 아닌 차를 타고 싶은 욕구가 늘어나게 되는데, 텍사스에서 석유가 나오면서 경제성이 생기게 됐으며 석유라는 압도적인 성능의 연료를 등에 업고 빠르게 향상되는 내연기관을 쫓아가기에는 당시의 전기전자공학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결국 전기자동차는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전기차의 부활을 알린 2008 테슬라 로드스터 / 사진=테슬라


 현대적인 의미의 전기자동차는 2005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21세기의 눈부시게 향상된 전력전자 기술과 우수한 반도체 등의 첨단 기술에 힘입어 내연기관 차량이 100년에 걸쳐 쌓아올린 내연기관의 성능을 고작 10년도 안 돼서 쫓아오는 데 성공했다. 전기자동차는 더 이상 시기상조의 영역에 있지 않으며, 이에 따라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고 전기자동차를 위한 전력 인프라가 구축 되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시작을 알린 2012 테슬라 모델 S / 사진=테슬라


 전기차가 단 10년만에 급격한 성장을 이룬데에는 2012년 출시된 테슬라 모델 S의 대성공이 큰 공헌을 했다. 당시 전기차라 해봐야 주행거리가 100을 겨우 넘기는 소형전기차 밖에 없는 상황이라 발표 당시만 해도 비웃음 거리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내연기관차보다 더 빠른 무시무시한 성능이란게 밝혀지며 그야말로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이로인해 모델 S는 자동차 역사를 바꾼 몇 안되는 자동차 중 하나로 인정받아 여러 매체에서 최고의 자동차 중 하나로 선정받았다.


 기존의 전기차는 90년대 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지만, 어디까지나 실험용, 연구용 딱지를 떼지는 못했고, 판매하는 차종도 주류는 아니었다. 기존의 전기차는 시장 경쟁력을 가지지 못했으며, 제조사들의 관심에도 뒷전이었다. 이는 테슬라 이전과 이후의 전기차 디자인을 보더라도 알수 있다. 테슬라 이전에는 기존 차체를 재이용 하거나 새로 만들더라도 디자인 감각은 떨어지는 물건들이 다수였으나, 테슬라 이후엔 본격적으로 세련된 자동차들이 나오기 시작하며 기존 브랜드도 진지하게 판매용으로 만든 차량들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이후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 시대를 개막한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차를 개선시키며 판매량은 물론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극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고, 충전소를 비롯한 기반시설 구축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전기전자공학'이라는 학문과 기술의 발전 속도는 결국 전기차 시대를 한번 종식 시키고, 또 부활 시키기에 이르렀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현재의 전기차 기술이 걸맞는 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유보적이지만, 그럼에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전기차 시대 세계 각국의 정책 기조가 내연기관의 종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앞으로 기술의 발전이 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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