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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Aug 22. 2020

1 수원 8경에 화성 시설물은 몇개 있을까?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1

화홍문 7개 홍예를 빠져나온 비단결 물보라의 모습이 수원  8경 중 제7경인 화홍관창(華虹觀漲)이다. 화성 시설물 중 유일하다.


제7경 화홍관창은 지금도 볼 수 있을까? 


수원 문화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원 8경은 다음과 같다.

제1경 광교 적설(光敎積雪) 광교산에 눈 쌓인 모습

제2경 팔달 청람(八達晴嵐) 안개에 감싸여 신비로운 팔달산

제3경 남제 장류(南堤長柳) 남제 긴 제방에 늘어선 버드나무

제4경 화산 두견(花山杜鵑) 화산의 봄 진달래 꽃


제5경 북지 상련(北池賞蓮) 북지에서의 연꽃 감상

제7경 서호낙조(西湖落照) 서호에서의 해넘이 모습

제8경 화홍 관창(華虹觀漲) 화홍문 7개 홍예를 빠져나온 비단결 폭포수

제8경 용지 대월(龍池待月) 용연에서 월출을 기다림 

8경 중 제5경인 북지상련(北止賞蓮)의 북지는 화성 시설물이 아닌 송죽동 만석거(萬石渠)를 말한다. 

이 중 제2경인 팔달은 팔달문이 아닌 팔달산을 의미하고, 제5경인 북지(北池)는 평지북성 북포루 인근의 북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장안구 송죽동에 있는 큰 호수 만석거(萬石渠)를 의미한다. 또한 제8경인 용지(龍池)는 방화수류정 아래 용연(龍淵)을 말하는데 용연은 화성의 시설물이냐 아니냐로 애매한 입장이다.


따라서 화성의 시설물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제7경인 화홍관창(華虹觀漲)으로 화홍문(華虹門)이 유일하다. "화홍문 7개 홍예를 빠져나온 비단결 폭포수"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쏟아지는 물보라"거 더 가까운 표현이다. 홍예(虹蜺)는 아치(Arch)로 물이 통과하는 부분을 말한다. 

[8경 중 제8경인 용지대월(龍池待月)은 방화수류정 아래 용연(龍淵)에서 월출을 기다리는 모습을 말한다]

"물보라"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화홍문 안팎 수로(水路)에 깔린 바닥재료인 박석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박석에 물이 부딪치며 만들어 내는 하얀 포말의 모습이 관창의 창(漲)이기 때문이다. 물이 계속 흐르는 수로는 시간이 지나면 바닥이 파이게 된다. 파임을 방지하기 위해 깔은 넙적한 돌을 박석이라 한다.


특히 물이 흐르는 곳에는 하류 쪽 박석을 상류 쪽 박석이 살짝 덮는 방식으로 설치해 물의 흐름에 순응토록 하였다. 깔아놓은 모습이 비늘 덥힌 물고기 모양이라서 "물고기(魚) 비늘(鱗)"의 어린(魚鱗)을 붙여 원래 명칭이 어린박석(魚鱗礴石)이다. 용(龍)의 목덜미에 난 역린(逆鱗)처럼 거꾸로 설치하면 흐르는 물에 박석이 떨어져 나가기 쉽다.

"물보라"는 화홍문 안팎 수로(水路)에 깔린 바닥재료인 울퉁불퉁한 박석에 물이 부딪치며 만들어 내는 하얀 포말의 모습이다

화홍문은 화성의 북수문(北水門)이다. 성역(城役)이 시작되자마자 북문, 남문, 북수문, 남수문을 같은 날(日), 같은 시(時)에 착수했다. 목적은 소통이었다. 평지남성과 평지북성의 기초공사를 하게 되면 모든 길이 막히기 때문에 백성과 물자와 물길이 소통되는 문(門)과 수문(水門)을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다.


또한 북수문과 남수문의 중요한 목적은 성 쌓기에 필요한 막대한 돌과 흙을 운반해야 하고 백성도 오가는 다리의 필요 때문에 제일 먼저 시작하고 완성시킨 것이다. 여기서 정조의 백성을 우선하는 애민(愛民) 사상과 탁월한 건설경영을 볼 수 있다. 

2곳의 수문을 제일 먼저 시작하고 완성한 목적은 성 쌓기에 필요한 막대한 돌과 흙을 옮기고 백성이 이용할 수 있는 다리의 필요성 때문이다

북수문인 화홍문은 수원의 북쪽 물을 받아들이는 수문이고, 남쪽의 남수문은 물을 내보내는 수문이다. 북수문은 7개 남수문은 9개의 홍예 수문을 갖추었다. 수문은 성에서 방어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북수문은 벽돌 첩(堞)을 쌓아 대포를 배치했고, 남수문은 수백 명 군사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긴 집인 장포(長舖)를 설치했다.


지금도 제7경인 "화홍관창(華虹觀漲)"을 볼 수 있을까?

취약한 수문의 방어를 위해 남수문(南水門)은 수백 명 군사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장포(長舖)를 설치했다. 사진에서 작은 홍예문 3개가 있는 긴(長) 집(舖)이 장포(長舖)다

매년 홍수로 수원천 범람은 년 중 행사였다. 팔달문 근처에서 태어나고 살았기 때문에 장마가 들어 큰 비가 오면 수원천에 나가 넘실대는 물구경을 했다. 수원천 양쪽에는 당시 수원시민 절반은 모인 것 같았다. 지금은 120만 명이지만 당시 1960년대 초(初)의 수원 인구는 10만이 못되었다.


5.16 이후 상수도 공급과 홍수 방지를 위해 광교 댐을 만들었다. 수원의 가정에 수도가 들어오고, 당시로는 최고급 야외 수영장인 광교 풀장이 탄생하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화홍관창(華虹觀漲)은 사라졌다. 넘실대는 수원천 물도, 어린(魚鱗)박석과 부딪친 물보라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광교 댐의 건설로 수원천의 범람은 방지했으나 화홍관창(華虹觀漲)은 사라졌다. 폭우가 온 다음날이지만 물은 많지 않다

대신 새로운 관창이 만들어졌다. 준설을 하며 설치한 연못과 돌로 쌓은 작은 단(段)이다. 사진에서 모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여름이 되면 넘실거리는 물과 연못에 투영된 화홍문을 찍으러 전국의 사진가들이 모여든다.


그렇지만 폭우가 온다고 폭포 장면을 찍을 수 없다. 폭우가 온 다음날에도 물은 겨우 바닥에 흐르는 정도이다. 제가 특별히 브런치 가족에게 그 누구도 모르는 촬영 정보를 드린다. 어느 날, 어느 시간, 어느 노출이 가장 좋을까?

10초 이상 노출시간을 주면 이 사진처럼 물 흐름 모습이 엉망이다.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나와 자리를 잡아야 한다

먼저, 촬영일은 광교 댐에서 호우를 예상해 미리 물을 방류하는 날이어야만 한다.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폭포처럼 흐르지 않는다. 날짜는 댐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결정하지만 기간은 1년에 1회이고, 기간은 대략 1주일 이내다. 정마 전이라서 비 오는 날이 아니라 촬영하기에도 좋다.


다음으로 촬영 시간은 일몰 후 20분 정도 지난 시간부터 약 15분 동안이 좋다. 이 시간은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에 경관조명이 켜지면서 물에 건물이 투영된다. 하늘은 매직 블루다. 하지만 장소가 협소해 몇 시간 일찍 도착해야 한다.

비록 화홍관창(華虹觀漲)은 사라졌어도 화홍문 한참 아래에 또 다른 관창이 생겼다

그리고 물 흐름 사진은 촬영 속도가 키 포인트이다. 방수량이 많아 유속이 빠르고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노출 시간은 10초 전후가 알맞다. 삼각대와 ND 필터는 필수다.


긴 장마와 무더움에 지친 브런치 가족을 위해 사진 얘기를 곁들였다. 수원시민과 한국에 남겨놓은 아름다운 화홍관창(華虹觀漲)을 보며 정조(正祖)의 심미안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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