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에 호치민 행 버스를 타고 5시간쯤 달리니 아무래도 하노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의 도시.
도로 특성상 차가 느리게 달릴 수밖에 없고, 중간에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사실 5시간 거리는 아니다.
호치민은 듣던 대로 북쪽 지방보다 더 후덥 했다. 설상가상 버스 안의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갑자기 후덥 한 날씨가 겹쳐서, 안 그래도 좋지 않던 몸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아졌다. 밥을 먹으면 조금 낫겠지 싶어서 근처에 유명한 쌀 국숫집을 갔는데 몸살 때문에 한입도 못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몸이 안 좋았는데 어떻게든 강행하려는 내 의지가 대단했다. 다행히 근방에 약국이 있어서, 감기약을 사고 방에 누워 한숨 청하니 조금 나아졌다. 내일은 방콕으로 이동하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시간이 돼서는 야시장을 둘러봤는데, 역시나 살건 별로 없었다. 대신 호텔 주변에 스무디와 과일주스를 파는 Five boys number one에 갔다. 호치민의 열기와 현지 분위기를 느끼려면 이곳 추천한다. 아내와 나도 베트남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서로 오손도손 앉아서 시원하게 스무디를 마셨다. 무더운 여름을 나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아침은 대개 호텔에서 제공이 되는 한 든든하게 먹고 시작하는데. 어제 하루 종일 밥을 제대로 안 먹어서 pho bo 에 토스트까지 잘 챙겨 먹었다. 방콕행 비행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check-out을 한 후 짐을 맡기고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전쟁박물관, flea market 그리고 조금 젊은 층들이 쇼핑하는 곳도 이곳저곳 구경했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밖으로 나오니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비가 오기 시작하면 grab 택시 사정이 완전히 바뀌는데, 앱으로 신청하며 1-2분 안에 잡을 수 있는 택시들이 날씨 때문에 10분을 기다려도 못 잡을 때도 있다.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공항까지 가는데 시간이 빠듯하였지만 Jollibie까지 가서 저녁으로 양념치킨을 먹고 빠르게 호텔로 이동하였다. 그때 생각하면 너무 급해서 치킨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칠 줄 알았던 비의 빗줄기가 더 굵어지면서 시원하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텔에 맡겨둔 우리 짐을 찾고 부랴부랴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 걸 생각하면 꽤 스트레스받았지만 항상 그렇듯 지금은 좋은 추억이다.
다행히 버스가 금방 와서 막상 타고 가니 체크인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호치민시내에서 공항까지 안 막히니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한 시간 남짓되는 비행시간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 입국 수속까지 항상 난리다.
호치민도 더웠는데 방콕에 도착하니 훨씬 더 후덥 했다. 다행히 공항에서 밤 12시까지 버스 운행이 돼서 나오자마자 입국 수속을 마치고 $20 정도를 환전한 후 버스를 타고 나갔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BTS(태국 지하철)를 타느라 꽤 시간이 촉박했는데, 이것도 여러 번 해보니까 그려려니 싶었다. 우리는 nana역 주변에 묵었는데, 호텔까지 들어가는 길은 윤락업소가 많았다. 메이크업이 짙은 형인지 누나인지.... 꽤 길었던 하루가 노곤했는지 나는 금세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