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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노골드 Feb 22. 2020

강남구 등기권리증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은 전한 닢 패러디


내가 떡방에서 본 일이다.


허름해 보이는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강남구가 찍혀 있는 등기증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등기증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떡방 사장의 입을 쳐다본다. 떡방 사장은 남자를 물끄러미 내려보다가 등기증을 이리저리 보고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등기증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떡방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등기증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강남에 있는 아파트 등기증이 오니까? " 하고 묻는다.

떡방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등기증을 어디서 훔쳤어?"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이렇게 강남구 아파트 등기증을 길바닥에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 떡방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등기증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등기증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등기증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 귀한 것을 얻게 되었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강남 아파트 등기증을 줍니까? 지방 아파트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조차도 지방 소도시 아파트 등기증 하나 준 적이 없습니다. 나는 지방에서 갭 투자를 여러 채 하여 수용성 아파트를 하나 모았습니다. 수용성 아파트를 하나하나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수용성 아파트 3채를 마용성 아파트 1채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세 번 하여 겨우 이 귀한 '강남 아파트' 한 채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아파트를 얻느라고 30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강남구 등기증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강남구 등기증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강남구 구민이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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