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늦지 않았다는 믿음

by 나무를심는사람

마음이 많이 멀어졌다고 느껴질 때면,
이제 다시 돌아가긴 늦은 건 아닐까
괜스레 겁이 나기도 해.
시간이 흐르고, 말이 줄고,
미안하단 말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멀어져 버린 관계들.


돌이켜 보면 나와 아빠도 어느새

그렇게 되었던 것 같아.

우리도 모르게 흘려보내던 어느 순간에

다시 말을 붙이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감정이
서로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느꼈으니까.


지난 시간을 되돌리는 감정으로

아빠의 마음이 담긴 노트를 펼쳤을 때,

그곳엔 이런 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사랑은 늘 새로 시작되는 마음이란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를 향한 진심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어.”


그 말을 읽고 숨이 잠시 멎는 듯했어.
‘늦지 않았다’는 아빠의 말이 왜 그렇게도

절실하게 들렸는지 몰라.


생각났어.
마지막으로 아빠와 크게 다투던 날,

그때 나는 정말 모진 말을 했고
아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지.
하지만 그날 밤, 방문 틈 사이로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이 놓여 있었어.

서로에게 오가는 말은 없었지만,

그 한 잔으로 전해지는 진한 향에는
아빠의 모든 마음이 담겨 있었던 걸
사실 그때도 알고 있었어.
다만, 용기가 없었을 뿐.


이제야 알겠어.
아빠는 그날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마음이, 늦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이 노트도 결국..
그 기다림의 연장선이었겠지.
언젠가 내가 다시
아빠의 마음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아주 조용하고 다정한 신호.


그래서 오늘,
아빠의 믿음을 믿어보기로 했어.
사랑은 거리가 멀어져도

지워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걸,

늦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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