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강국을 넘어, 문화협력국으로
이제 대한민국이 웹툰 종주국으로서 글로벌 웹툰 산업을 선도하는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장 확장만이 아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핵심 콘텐츠의 미래를 설계하고, 산업의 방향을 정립하며, 전 세계의 지식과 경험을 집약할 수 있는 연구의 장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벌 웹툰 연구 콘퍼런스'의 개최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선 전략적 선언이며, 왜 지금 이 시점에 대한민국이 이와 같은 콘퍼런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
웹툰은 더 이상 한국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절대로 그래서도 안된다. 일본, 미국,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디지털 만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잡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새로운 콘텐츠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주도적인 개척정신을 앞세우며,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과 확장의 뒤에는 웹툰의 특성에 맞춘 창작 생태계의 안정적인 환경, 글로벌 플랫폼의 구축과 확보, 번역과 현지화의 난제, AI 기술의 도입, 세재 지원의 미비, 아카이빙과 국제 표준화 도입의 추진, 저작권 가이드의 보완 등 수많은 구조적 과제가 잠재해 있다. 이러한 필수 과제들은 단순히 비즈니스 전략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콘텐츠 산업을 이해하고, 기술을 분석하며, 제도와 문화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는 '지식의 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글로벌 웹툰 연구 콘퍼런스가 바로 그 해답의 출발점이다. 콘퍼런스를 통해 제시된 과제를 다층적으로 조망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의 대표적인 무대로 만들어야 할 뚜렷한 이유이다.
콘퍼런스는 웹툰을 단순한 오락 콘텐츠가 아닌, 학문과 정책, 기술과 윤리, 산업과 창작이 만나는 융합 콘텐츠로 다루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 산업 전문가, 플랫폼 운영자, 창작자들이 모여 현재의 흐름을 분석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며, 각국의 시장 환경과 정책적 대응을 비교하고 협력하는 공간이 되어줄 수 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 웹툰 산업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고, 미래 콘텐츠 생태계의 리더로 자리 잡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러한 콘퍼런스는 창작자 간 네트워크 확장을 촉진하고, 차세대 인재 양성의 기반이 되며, 콘텐츠 산업의 질적 고도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향후 산업적, 경제적으로도 그 효과는 분명하다. 연구 결과는 웹툰 IP의 수출 전략,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확장, 글로벌 시장 맞춤형 플랫폼 설계 등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이러한 논의는 플랫폼 간 상생구조와 공정한 수익 배분 구조 형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발전될 수 있다. 아울러, 각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웹툰 플랫폼과 기업의 신뢰도는 제고되고, 해외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 단위의 창작자들이나 중소 웹툰 제작사들에게는 이러한 국제적 논의의 장이 새로운 기회의 창구가 되며, 해외 진출을 위한 실질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웹툰에 있어 글로벌 규모의 연구 콘퍼런스는 웹툰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직군과 업계가 소통할 수 있는 허브로서, 새로운 협업 모델과 창의적 기획이 탄생하는 토양인 셈이다.
나아가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웹툰은 단지 인기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차별화 되고 경쟁력 있는 서사 방식, 사회적 감수성, 디지털 문화의 총합을 보여주는 '문화의 언어'다. 이 언어가 세계의 다양한 콘텐츠와 대화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우리의 콘텐츠를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 콘퍼런스는 바로 이러한 자문화 성찰과 세계와의 대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웹툰 콘퍼런스는 웹툰이 포용성과 다양성을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며, 타국 문화와의 창의적 교류 기반도 강화시킨다.
전 세계를 대표하고 이끄는 글로벌 웹툰 연구 콘퍼런스는 절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기술 변화와 문화 트렌드가 빠르게 전환되는 구조이기에, 지속적인 연구와 토론, 그리고 새로운 기준 제시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매년 정례화된 글로벌 콘퍼런스를 통해 최신의 기술, 시장, 제도, 창작 경향을 점검하여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웹툰 종주국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상징적 권위를 지닌 전문 연구의 장을 마련하여, 가치있는 생태계를 이어나갈 책임이자 의무이다. 이에 더해 다국적 기업, 정책 담당자, 법률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폭넓은 확장성을 갖춘 콘퍼런스로 진화해야 한다. 웹툰 산업은 더 이상 한 국가의 문화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 창작자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국제 협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단기적인 인기와 수익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인 산업 기반과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것인가. 글로벌 웹툰 연구 콘퍼런스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열쇠다. 지식이 산업을 이끌고, 연구가 정책을 만들며, 협력이 문화를 확장시키는 시대. 이 흐름의 중심에 웹툰 종주국 대한민국이 자리하기 위해, 콘퍼런스는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 더 많은 국가, 더 다양한 언어, 더 넓은 시각과 관점을 수용해야만 글로벌 웹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중심에서 대한민국은 단순한 종주국이 아닌, ‘창조적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다지게 될 것이다.
웹툰을 넘어, 웹툰 산업의 미래까지 설계하는 자리. 글로벌 웹툰 연구 콘퍼런스는 단지 대한민국의 콘텐츠 산업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전 세계 창작자와 산업 관계자, 정책 입안자들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동의 길을 제시하는 담대한 시도다. 이는 단순히 행사 개최의 차원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산업적 유산이자, 인류의 창작 문화에 기여하는 커다란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