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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 &어워즈'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by 나무를심는사람

2024년 '월드 웹툰 페스티벌'은 수많은 웹툰 창작자들의 마음을 담아 여러 웹툰 협회들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요청과 제안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월드 웹툰 어워즈'는 본인이 개인적으로 기획하고 제안하여 약속을 받은 것이었기에 무척이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커다란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부풀어질 대로 부풀어진 풍선이 터져버릴 것 같은 위태로움과 순식간에 바람이 빠져나가며 쭈그러들어 버린 상황을 모두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우선 '월드 웹툰 페스티벌'이 처음 만들어지게 된 취지를 알아야 한다. 그동안 만화, 웹툰 창작자를 비롯 웹툰에 몸담고 있는 많이 이들이 '월드 웹툰 페스티벌'을 통해 그려왔던 모습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행사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대를 받는 주체'가 아닌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여 '초대를 하는 주체'가 되고자 바라왔던 것이다. 만화, 웹툰인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보여주고 전해주고 싶은 웹툰의 이야기와 세상들을 직접 꾸미고 만들어, 대중들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해외의 수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을 위해서 기꺼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고자 했던 것이다.


'월드 웹툰 어워즈'는 어떤가? 그동안 여러 만화, 웹툰 관련 시상식이 존재해왔지만 굳이 알려주지 않는 이상 대중들은 누가, 어떤 작품이 어떤 상을 받았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상 일반 대중들은 만화, 웹툰 관련 어떤 시상식들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상을 받아도 그 상을 통해 부여되는 명예와 가치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주는 사람과 아는 사람만 알고 서로 축하하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인 경우가 되어 버리는 셈이다. 우리가 바라는 '월드 웹툰 어워즈'의 모습은 모두가 함께 느끼고, 모두가 한껏 기대하고 축하하며 그 결과를 통해 빛나는 명예와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한 단순히 상을 주고 받는 의미 이상으로 웹툰을 사랑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함께 했던 웹툰들을 떠올리고, 웹툰 작가들을 응원함은 물론 웹툰 기업들과 웹툰 PD 그리고 스테프들까지도 모두 '월드 웹툰 어워즈'의 구성원이 되어, 마땅히 그간의 공로와 노력을 인정받도록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의 '월드 웹툰 페스티벌'은 이전에 존재하던 시상식에 새로운 시상식이 하나 더 생긴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또 하나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까지 그 취지와 의미를 연관지어 살펴봤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애초의 취지대로 였다면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는 확실하게 민관협력의 모델로 만들어지고 운영이 되었어야 한다. 크고 중요한 웹툰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웹툰 관련 전문가들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디테일한 설계를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하고, 취지와 의도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웹툰 창작자들과 종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이 되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두 행사의 진행과 준비는 철저하게 기관과 용역사 중심으로 돌아갔으며, 그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과 공유가 없었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본인은 문체부에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의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강하게 요청하였고, 그 의견은 반토막 정도만 받아들여져 준비위원회가 아닌 자문위원회가 되었다. 그나마 손톱만큼이라도 관여할만한 여지가 만들어졌으니 다행스럽다 여기기는 했지만 문제는 다음에도 이어졌다. 문체부에서 주최하는 소수의 자문회의 외에도 자체적이고 자발적으로 회의를 구성하고 행사에 필요한 활동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장'을 두자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의 브랜딩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 두 행사가 만들어졌을 당시, 정확한 명칭이 없었기 때문에 행사의 성격을 대표하는 중요한 상징인 '글로벌'을 붙여 임시로 '글로벌 웹툰 페스티벌'과 '글로벌 웹툰 어워즈'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본인은 두 행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글로벌 웹툰 행사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고, 수많은 대중들에게 각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모두 동의를 했고, 문체부에서도 그 부분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니 반영이 될 것이라고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결론은 모두가 알고 있는대로 '글로벌'이 '월드'로 변경되어 현실은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가 되었을 뿐이다. 이 시기부터 두 행사의 흐름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목표는 월드인데 월드는 없었고.. 웹툰인데 웹툰은 없었다..


아마 2024년 행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분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한 행사를 만들겠다고 표방했으나, 그 안에서 우리는 '월드'의 월드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대한민국 대중들도.. 심지어 만화, 웹툰 창작자들과 관계자들은 물론 나름 해당 분야의 소식통이라 하는 이들도 행사에 대해 제대로 몰랐으니 예견된 결과였다. 물론 첫회부터 세계적인 행사의 규모와 성공 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럴만한 가능성이나 그렇게 하고자 하는 노력과 준비가 보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정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위대하게' 출발했던 계획은 너무도 지나치게 '은밀하게' 진행된 것이 문제였다. 대한민국 대중은 물론 만화, 웹툰 창작자와 관계자들도 사전에 알아차리기 힘들거나 모르고 지날 만큼 보안은 높게 두른 철벽만큼 완벽했다.


사실 2024년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에 대해서는 관대할 만큼 관대하고자 노력했다. 세상에 없던 두 행사를 만들어준 것 만으로도 분명 감사한 마음이 있었고, 처음부터 만족하기 어렵다는 자발적 이해에 더해 일정과 예산도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한 스푼 더 얹져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다짐이 생긴 것은 2025년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상황을 크게 직감했기 때문이다.


2024년 당시, 두 행사는 반드시 민관협력 모델이 되어야 하고 만화, 웹툰인들이 행사의 기획과 준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을때 들었던 대답은 이렇다. "올해는 일정도 별로 없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고, 무엇보다 국제적인 규모의 행사인데 처음부터 사고가 나면 안 되니, 올해는 기관과 전문가들에게 맡기시고 내년부터는 미리 함께 의견을 나누시지요." 하지만 그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2025년에는 그나마 존재하던 두 행사의 자문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다.. 세상 제일 어리석은 일이 '설마, 설마..'인 것일까? 행사가 가까워지면서 설마하던 우려들이 점점 체감이 되고 실체화 되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한 차례 문제 제기를 한 바가 있지만, 제일 처음 문제를 직감한 것은 2024년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제작된 2025년 행사 포스터였다. 물론 '아직 초기 행사이기 때문에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컨셉이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일하게 사용한 겁니다.'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붙일 수도 있다. '2024년 포스터가 너무나 뛰어나게 제작되어서 한번만 쓰기에는 아까웠습니다.'라고 둘러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24년 당시에도 컨셉은 물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혹평에 지적만 가득하던 포스터와 컨셉 아니던가... 그런데 그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2024년의 결과에 대해 제대로 분석이 되지 않았거나, 2025년의 준비가 굉장히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이든 비전문가이든 상관이 없다.. 2024년과 2025년의 포스터를 보라.. 그 안의 어디에, 그 컨셉의 무엇에서 '웹툰'을 상징하고, 웹툰을 표현하고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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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는 용역사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024년에도 용역 선정 결과에 대해서 말은 많았다. 웹툰과 관련된 행사라면 웹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은 곳이 선정이 되었어야 하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경험이 없으면 행사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경험이 없어서 제외가 된다면 해당 경험은 영원히 쌓을 수 없을테니 역할을 맡은 만큼 열심히 자문을 구하고,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연구를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점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2025년은 어떨까? 너무나도 태연하게 동일한 디자인이 유지되는 포스터만 보더라도 이전의 용역사에서 느꼈던 불안함은 여전하다. 위에서 시키면 어쩔 수 없지 않았을까.. 라는 변명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의 문제도 인지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수준이라면 확실히 문제가 있다.


용역사는 돈 받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해주는 곳이 아니다. 심사를 거치고 다른 전문 업체들을 제치고 선정이 되었다면 그만큼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고 그 만큼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설득을 하는 것이 옳고, 브랜드를 살리고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점은 버리고, 약점은 보안하고, 더 나은 성과가 되도록 개선을 하는 것이 역할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쩌면 용역사에서도 이유나 사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점을 알아보기 위해 수차례 전화연락을 하고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용역사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결국 소통은 거부되었다. 전화번호야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르는 번호니 무시할 수 있다고 쳐도, 문자까지 남겼음에도 씹혔다는 것은 소통의 의사가 없이 거부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월드 웹툰 페스티벌'이나 '월드 웹툰 어워즈'가 무척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이야 전 세계인은 물론 만화, 웹툰인들과 대중들도 모를 정도라지만, 이 정도까지 벽이 있을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번 2025년 행사를 통해 용역사는 선정된 대상으로서 책임과 전문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두 행사에 대해 그토록 염원하고 바라던 만화, 웹툰인들의 소외를 대신하여, 대표자의 역할을 짊어지고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란 것은 절대 완벽함이 아니었다.


2024년에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는 말 그대로 '은밀하게' 준비되었고, 마무리까지도 '은밀하게' 치뤄졌다. 2025년의 상황도 은밀한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거기에 하나만 더 얹고 싶다. 제발 이번만큼은 단지 '은밀하게'만 하지 말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성과가 되도록 '위대하게'라는 말을 붙일 수 있기를 말이다. 진정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대상이 아닌, 그저 감사하고 믿을 수 있는 '은밀하고 위대하게'라는 작전명을 단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월드 웹툰 페스티벌'과 '월드 웹툰 어워즈'가 그저 기관과 용역사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것은 2025년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에는 부디 진정한 민관협력 모델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번 행사가 준비되는 과정부터 개최되고 마무리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짝사랑을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그 상황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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