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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웹툰 시대의 서막, IP 시장의 게임체인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웹툰의 주권을 확보하라

by 나무를심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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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은 더 이상 한류 콘텐츠의 주변부가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 웹툰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의 재편을 고려하고 있고, 일본과 미국이 자국 만화 산업의 혁신 모델로 삼을 만큼 그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IP 블록버스터’로서 웹툰의 잠재력은 여전히 구조적 제약과 산업적 리스크 속에 놓여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IP 가치사슬 전반을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정립하는 일이다.


첫째, 웹툰의 가장 큰 강점은 ‘서사적 유연성과 확장성’이다. 수직 스크롤이라는 포맷은 작가의 새로운 연출 방향성을 제시하고 독자적 감상의 자율성을 부여하며, 다양한 디바이스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이러한 접근성은 IP의 글로벌 확장에 결정적 이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스토리 기반 IP는 원작으로서 영화, 드라마, 게임, 음악 등 다른 장르로의 전환이 용이하다. 최근 할리우드와 일본 제작사들이 한국 웹툰 IP를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확장성은 동시에 ‘과잉 파생’의 리스크를 내포한다. 원작의 정체성과 품질 관리 없이 영상화·게임화가 반복되면, 단기 수익은 얻을 수 있어도 브랜드 자산은 훼손된다. IP 관리 거버넌스가 없는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OSMU는 오히려 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시장은 IP 경쟁의 장이자 자본의 전쟁터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은 북미·유럽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플랫폼 자체 수익성과 로컬 제작 생태계 구축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글로벌 유통망을 장악한 거대 플랫폼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지만, 대부분의 계약 구조는 ‘플랫폼 종속형’이다. 이는 창작자나 중소 스튜디오가 IP의 장기적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한국 기업이 현지화·법률·세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도 크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계는 ‘K-웹툰 글로벌 펀드’를 조성해, 공동 투자·공동 제작·공동 유통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 단위 IP 컨소시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수출액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IP 소유권과 저작권 수익 배분 구조를 개선하는 시스템 중심의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기술적 인프라의 혁신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가는 관문이다. AI 번역, 자동 채색, 데이터 기반 스토리 트렌드 분석, 불법 저작물 추적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은 여전히 인력 중심의 제작 공정과 구식 유통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웹툰을 단순한 콘텐츠 산업이 아닌 ‘지식산업의 플랫폼화’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R&D 세액공제, IP 가치평가 표준화,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데이터베이스 구축, 불법 복제 방지와 처벌 강화 등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 제작사와 스타트업이 이러한 기술을 개발·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클라우드 인프라와 기술 바우처를 제공해야 한다.


넷째, 글로벌 블록버스터 IP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화 감수성의 현지화’가 핵심이다.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 못지않게, 현지 시장의 정서·법률·규제 환경에 맞춘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현지 스튜디오와의 합작, 번역을 넘어선 문화 번안, 로컬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 정교한 시장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창작자 보호와 수익 환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계약에서의 권리 보호를 위해 국제 표준 계약서 모델을 마련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도하는 글로벌 법률·세무 지원 네트워크를 상시화해야 한다.


다섯째, 국내 창작자들이 해외에서의 인지도 확보를 통한 적극적인 브랜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력한 뒷받침과 연속성 있는 창작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여 해외 주요 콘텐츠 페어와 글로벌 웹툰 위크 등에 한국 작가 브랜드관을 상설 운영하고, 해외 교류를 위한 직접적이면서 다양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더불어 글로벌 IP 경영 교육 프로그램과 해외 레지던시 제도를 도입해 작가들이 현지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도록 돕고, 대표 작가 중심의 공동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K-웹툰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국가와 플랫폼, 그리고 산업이 함께 협력하여 작가 개인의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은 ‘글로벌 성과 중심’에서 ‘구조적 자립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단기 수출액보다 IP 자산의 내재화와 기술력, 인력, 제도 인프라의 질적 성장을 평가 지표로 삼아야 한다. 또한 기업은 플랫폼 중심의 외형 경쟁을 넘어, IP 매니지먼트·데이터 분석·현지 파트너십 역량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웹툰은 이미 한류의 다음 100년을 이끌 전략 산업이다. 그러나 이 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정책이 아닌 ‘구조와 시스템’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IP의 생명력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과 거버넌스에서 비롯된다. 그것이야말로 K-웹툰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진정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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