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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웹툰협회총연합을 말하다

만화웹툰협회총연합 출범의 의미와 나아 가야 할 길

by 나무를심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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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대한민국의 만화‧웹툰을 대표하는 8개 협회를 아우르는 만화웹툰협회총연합, 이른바 만총연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은 내게는 개인의 직책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만총연의 출범은 한국 만화‧웹툰 산업이 마침내 하나의 통합된 목소리를 갖게 된 역사적 순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산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로 확장되어 왔지만, 정작 작가와 기업, 플랫폼, 교육기관, 유통사, 지자체와 정부 모두가 참여하는 단일한 논의 구조는 존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산업이 크고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다양한 이해 주체들의 요구와 과제가 얽히고 복잡해졌지만 이를 총괄적으로 조정하고 만화‧웹툰을 아우르며 산업의 방향을 함께 논의할 조정 기구가 부재하다는 점은 매우 큰 한계이자 아쉬운 현실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총연이 출범한 것은 이 만화‧웹툰의 영역이 단계적 성숙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럽고도 필연적인 흐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생각했던 만총연의 출범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제 한국의 만화‧웹툰 산업은 개별 단체나 기업의 이해를 넘어, 만화‧웹툰 분야 전체를 하나의 구조 안에서 바라보고 조율할 수 있는 '대표 단체'를 갖게 되는 일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니 더할나위 없다. 이는 단순히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창작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만화‧웹툰의 장기적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정책·산업 허브'가 탄생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협력 구조가 정비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고, 산업은 그 과정을 통해 더욱 안정적이며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부터는 만총연 모두의 입장과 의견과 별개로 만총연을 추진하고 이끌며 느끼고 생각한 개인의 입장임을 우선 밝힌다. 만총연이 앞으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이 가장 시급하며 동시에 산업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바로 '산업 표준화'이다. 웹툰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표준화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작품의 기본이 되는 제작 시 충족 요건이나 포맷부터 분류체계, 메타데이터, 저작권 정보, 수익 배분 구조, 계약 가이드라인, 공정성 기준 등 모든 요소가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 시점의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창작자에게는 불확실성을, 기업에게는 산업 리스크를, 정부에게는 정책적 판단의 어려움을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만총연은 산업 전체를 고려한 표준화 작업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웹툰 식별체계(현재 운영 중인 웹 콘텐츠 UCI의 다음 단계), 표준 계약서, 저작권 보호 기준, 불법유통 대응 프로토콜 등은 산업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핵심 과제는 '정부와 산업, 작가가 상시적으로 연결되는 협의체의 제도화'이다. 한국 웹툰은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정작 정부 정책은 산업의 현실과 속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만화‧웹툰 분야의 구성원을 비롯 산업과 정부가 상시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공식적인 구조가 부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만총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자·기업·플랫폼·유관기관·지자체·정부가 한 자리에 모이는 정례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국회와 문체부, 과기정통부, 저작권위원회와의 정책 라운드테이블, 창작자와 플랫폼이 참여하는 산업 간담회,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 대응을 위한 전문 TF 구성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소통 구조가 정착될 때 비로소 만화‧웹툰 관련 정책은 실효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으며, 창작자 보호, 불공정 개선, 국제 경쟁력 강화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다.


세 번째 과제는 '글로벌 확산을 위한 국제 협력 플랫폼 구축'이다. 웹툰은 이미 세계적인 디지털 만화의 표준 포맷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북미·유럽·동남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확장은 개별 기업이나 플랫폼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자 한계점이다. 불법 사이트 대응, 해외 저작권 분쟁, 글로벌 플랫폼과의 계약 기준, 해외 현지화 가이드라인 등은 국가 단위의 대표 조직이 나서야 해결이 가능한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총연은 한국 만화‧웹툰 산업을 대표하여 해외 정부 기관, 글로벌 플랫폼, 국제 교육·문화기관 등과 협력할 수 있는 국제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해외 전시, 공동 포럼, 비즈니스 매칭, 국제 공동 프로젝트 등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만총연 출범은 그 자체로도 상징적이나 실질적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에 따라 한국 웹툰 산업이 '태동기에서 성장기로', 그리고 '성장기에서 제도적 성숙기로' 넘어가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화‧웹툰 분야와 산업을 대표하는 통합 조직이 생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매우 큰 의미이며, 이제는 표준화 작업과 정부와의 상시 협의 구조, 글로벌 협력 플랫폼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산업 전체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때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만총연이라는 큰 그림 아래, 각자의 이윤과 목적을 우선으로 두고, 필요에 따라 덩어리를 가져와 이윤을 나누는 행위로 졸속에 그치는 일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만총연의 하나된 의지와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가치 아래 이러한 기반이 완성되어야 한국 만화‧웹툰은 진정한 지속성장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이룰 것이며, 산업은 단순히 국내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글로벌 문화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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