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그런 생각이 들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그 말이 꼭 위로처럼 들릴 때가 있어.
별일 없이 지나간 하루가
사실은 기적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는 모두 고요한 전쟁터를 지나오니까.
그날도 나는, 별일 없는듯 굴었지만 마음은 참 복잡했어.
사무실에서 들은 서운한 말 한마디,
긴 시간 준비했지만 거절당한 제안서,
전화 한 통 없던 하루,
누적된 피로와 작은 상처들이
등 뒤에서 무게처럼 따라붙었거든.
그럴 때마다, 이제 난 다시 그 노트를 펼쳐.
익숙해진 노란 종이,
조금씩 바랜 글씨,
그리고 오늘은 이런 문장이 나를 맞이했어.
“하루를 온전히 버틴 너는,
오늘을 완성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그 문장을 천천히 되뇌었어.
나를 위해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겨뒀다는 게
참 이상하고, 참 따뜻하더라.
이유는 모르지만, 이 글을 쓰던 아빠는
내 하루를 들여다보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
그저 잘 버텨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말,
그 말이 그날은 어쩐지 눈물 나게 고마웠어.
그래서 그 밤엔, 나도 내 자신에게 말해줬어.
“잘했어. 참 잘했어.
무너질 뻔했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외로웠지만 다 놓지지 않았잖아.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문득, 기억이 하나 떠올랐어.
어릴 적, 시험을 망치고 혼자 울고 있던 날
아빠가 내 방 문을 살짝 열며 했던 말.
“오늘도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맙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따뜻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어.
어쩌면, 그때도 지금도
누군가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오늘도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속삭이고 있었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