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나는 노트를 다시 펼쳤어.
노트의 구석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고,
그 옆엔 짧은 메모가 남겨져 있었지.
"그날 네가 울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단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해서, 미안했어."
글씨는 삐뚤빼뚤했고, 눌러 쓴 흔적이 가득했어.
서툴지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마음이 느껴졌어.
나는 그제야 생각했어.
진심이라는 건, 꼭 거창한 말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괜찮아", "고생했어", "여기 있어줄게."
이런 짧은 말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전부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런 말을, 나는 너무 오래 듣지 못했던 것 같았어.
누구에게도 쉽게 기대지 못했고, 내 마음을 꺼내놓는 일에 서툴렀지.
그런데 그 노트 속 한 줄의 글이, 내가 잊고 있던 감정을 건드렸어.
마치, 오랜만에 다시 웃게 된 것처럼 말이야.
그 순간,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었어.
아주 어릴 적, 나도 그런 다정한 말을 매일 들었던 것 같아.
“우리 딸, 오늘도 최고야.”
“넌 정말 멋진 아이야.”
그 말들을 해주던 목소리는… 아빠였지.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그 말들이
아빠의 낯선 글 속에서 되살아나기 시작했어.
아직, 나는 그때 그 다정함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아빠가 왜 이런 노트를 적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아빠는 오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딸이 언젠간..
이 노트를 발견하기를 바랐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그토록 외면하고 있었던,
아빠의 마음이 담긴 흔적일 수도 있다는…
조금은 두렵고 망설여지는 예감이, 조용히 마음속에서 피어올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