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무 말 없이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밤이 필요해.
괜찮냐는 말보다, 그냥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그런 밤 말이야.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일주일 동안은 멍하니 지내다...
짧지 않던 휴가가 끝나던 그날도 그랬어. 하루가 유난히 길고,
어깨가 자꾸만 무거워서 이불 속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지.
이유는 많았지만, 어느 것도 설명하고 싶진 않았어.
그저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채 주길 바랐을 뿐이야.
말을 꺼내면 더 아플 것 같아서, 그냥 침묵으로 울음을 삼켜냈지.
그때 책상 위에 있던 노란빛 스탠드 아래, 한 권의 노트가 눈에 들어왔어.
문득 아버지 방에서 몰래 가져왔던 노트가 있었음을 깨달았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하루에 한 장.. 의식처럼 읽어오던 노트..
어느덧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어제 이후의 페이지를 들춰냈어.
"오늘도 고생했어. 너 참 잘하고 있어.
조금 힘들 땐, 쉬어도 괜찮단다."
손글씨로 적힌 그 말이, 마치 오래전의 아빠가 내게 속삭여주는 것 같았어.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렸어. 꼭 품 안에서 안아주는 것처럼.
아주 오래된 종이인데도, 글씨는 따뜻하게 살아 있었어.
그렇게 그날, 나는 오랜만에 눈을 감았어.
아빠가 나를 꼭 안아주고 있는 듯한,
괜찮다고 말해주는 밤을 지나며.
그리고 그게, 아주 긴 이야기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어.
그 작은 노트가, 내 꺼진 삶에 다시 시동을 걸게 만들 줄은, 정말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