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

by 나무를심는사람

사람들은 대부분 잠든 시간,
창밖은 고요하고
세상의 소음이 멈춘 새벽 3시쯤.
나는 가끔 잠에서 깨.

이상하게 마음이 복잡한 날일수록 더 자주 그 시간이 찾아와.

그 시간엔 누구에게 연락할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엔 나 자신과 마주 앉게 되더라.
처음엔 그 시간이 낯설고 무서웠어.
괜히 외로워지고,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고개를 들고.
근데 언젠가부터는 그 새벽이
내 마음이 가장 솔직해지는 시간이 되었어.


그날도 그랬어.
낯선 새벽, 잠에서 깼고
습관처럼 노트를 열었어.
그 안에 이런 문장이 기다리고 있었어.

“새벽은 마음의 조각들이 고요히 떠오르는 시간.
그 조각들과 천천히 대화해보렴.”


마치 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딱 그날의 나를 위한 문장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조용히 창가에 앉아,
불 꺼진 방 안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봤지.
‘왜 그땐 그렇게 화냈을까.’
‘왜 그렇게 말을 삼켰을까.’
‘왜 아직도 아빠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조금씩 조각들을 맞춰갔어.

그리고 문득 떠오른 장면 하나.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겨울 새벽,
아빠는 감기에 걸려 끙끙 앓는 나를 위해
작은 손전등을 켜고, 조용히 내 이마에 손을 얹어주셨지.
"우리 딸, 괜찮아. 아빠 여기 있어."

그 목소리,
지금 새벽의 고요 속에서도 들리는 것 같았어.

그날 나는 깨달았어.
이 고요한 새벽은,
내가 스스로를 가장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그리고 그건,
아빠가 오래전부터 내게 가르쳐주려 했던 방식이었다는 걸.

새벽이 꼭 외로운 시간이지만은 아니더라.
어쩌면, 가장 깊은 사랑이 들리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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