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널 기다리는 마음

by 나무를심는사람

“다급하지도, 조급하지도 않게. 그저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세상엔 두 종류의 기다림이 있다.
하나는 조바심으로 가득한 기다림,
다른 하나는 마음이 묵묵히 머무는 기다림.
그리고 아빠의 기다림은
언제나 후자였다.


어린 시절,
나는 유난히 느린 아이였다.
옷을 고를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새 신발을 신고 한 걸음 내딛는 데도
나는 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엄마는 그런 나를
조금은 답답해했고,
친구들은 가끔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아빠는
단 한 번도 내 등을 떠민 적이 없었다.


그때가 생각난다.
유치원에 가던 어느 봄날,
나는 갑자기 신발끈을 고쳐 매고 싶다며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빠는 내 손이 허둥대는 걸 보면서도

“빨리 해라”는 말 대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말없이 내 손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느려도 돼.
모두 너의 시간이야.”


그 짧은 말은
그날 내내 마음속에서 따뜻하게 울렸다.

기다림이라는 말은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내가 준비될 때까지
조용히,
묻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주는 사람.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아빠와 나는 점점 말이 줄었다.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도, 식사도
점점 피하게 되었고,
그럴수록 아빠는
한 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늘 느낄 수 있었다.

현관 앞에 놓인 우산,
식탁 위에 덜어져 있던 밥 한 공기,
밤늦게까지 켜져 있던 거실의 조명.

그건 모두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지금 나는 안다.
사람은 누군가의 기다림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외롭지 않다는 걸.

그리고 그 기다림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며칠 전,
꿈속에서 아빠를 만났다.
아빠는 여느 때처럼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는 그 곁에 다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빠가 지그시 말했다.
“오늘도 널 기다렸어.

기억하렴.

내일, 모레도,

언제나 같을거야”
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마음속을 오래 울렸다.


아빠,
그 기다림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당신은 늘 저를 기다려줬고,
그 기다림 덕분에
저는 언젠가 당신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 마음이
제 마음 안에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작가의 이전글기억 속에 머무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