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누던 날

by 나무를심는사람

“기쁨이란, 그 자체보다 함께 나눌 사람이 있는 순간에 더 커지는 것.”


토요일 아침이었다.
별다른 약속도, 특별한 일정도 없던 날.
아빠는 평소처럼 신문을 읽고 있었고,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색연필로 낙서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아빠, 붕어빵 먹고 싶어요.”
하고 툭 던진 말.

그 말 한마디에
아빠는 신문을 반 접어놓고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10분쯤 지나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들고 돌아온 아빠는
붕어빵이 식기 전에 얼른 먹자며
내 옆에 털썩 앉았다.

나는 고소한 팥 냄새에 신이 나서
뜨거운 줄도 모르고 입에 넣었다가
“앗, 뜨거워.”
하며 소리를 질렀고,
아빠는 그런 나를 보고
숨죽여 웃었다.


그 웃음은 아주 작았지만
내겐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날 붕어빵이 유난히 맛있었던 이유는

아마 기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내가 무심코 흘린 말 하나를
그저 ‘기분’이 아닌 ‘소중한 요청’으로 받아들여
기꺼이 움직여준 순간.

그건 붕어빵보다 따뜻한 마음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아주 사소한 것들로
행복을 나누곤 했다.

겨울밤 전기장판 위에서 나눈 귤 한 조각,

비 오는 날 파전 대신 나온 라면 하나,
동네 작은 빵집의 천 원짜리 소보로빵 하나로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기분을 느꼈다.


그땐 몰랐다.
그 작고 소소한 것들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지금은 어른이 되어

훨씬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처럼 마음이 꽉 차는 기쁨을 느끼긴 어렵다.


식탁은 풍성해졌지만
그 기쁨을 나누던 사람의 온기가 없기 때문일까.

이제는 누군가에게
“붕어빵 먹고 싶어.”
라는 말 한마디를 꺼내는 일조차
왠지 조심스러워졌다.

사소한 기쁨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빠는 내게
기쁨은 크기가 아니라
‘누구와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다.

아무것도 아닌 하루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 하나쯤은
항상 마련해두었던 사람.


아빠,
그날 먹었던 붕어빵의 따뜻함이
아직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어요.

그건 단지 간식이 아니라,

제가 원한다고 말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억해준 마음이었죠.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의 저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어요.


다음에 누군가
작은 기쁨을 말한다면
저도 당신처럼
기꺼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지만 따뜻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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