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의 소중함

by 나무를심는사람

늘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조급해질 때가 많아.
일을 마쳐야 하고, 답장을 보내야 하고,
약속을 지켜야 하고,
오늘도 무언가를 ‘이뤘다’는 기분이 들어야
덜 불안한 마음.


그런데 어느 날은 문득,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
창밖으로 천천히 흐르는 구름,
조용히 지나가는 오후,
어디에도 필요하지 않은 이 고요함이
왜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지는지.


그날도,
작은 쉼이 필요한 오후였어.
일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노트를 펼쳤더니 이런 글이 있었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도
시간은 너를 위해 흐르고 있단다.
그 조용함 속에서 너는
조금씩 자라고 있는 거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이 번졌어.
지금 이 순간도 괜찮다고,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


어릴 적,
주말 오후마다 아빠와 아무 말 없이 앉아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어.
말이 없었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오히려 그 조용함이
서로를 더 가깝게 해주던 시간이었지.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어쩌면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알겠어.
그걸 아빠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래서 내게 그런 시간을
기억하게 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걷기로 했어.
조금 더 느리게 숨 쉬고,
조금 더 길게 하늘을 보기로 했어.

아무 일도 없는 오늘이,
사실은 마음을 가장 크게 채우는 시간이라는 걸
이제는 나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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