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 건, 당신이 내게 ‘혼자서도 괜찮아’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 삶은 갑자기 바빠졌다.
등교 시간은 빨라졌고,
수업은 어렵고,
친구 관계도 어딘가 서먹했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밤이었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펴고 있으려니
어쩐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속에 있지만
아무도 진짜 내 속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그런 막연한 외로움 말이다.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방 안은 조용했고,
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깜빡였다.
나는 연필을 쥔 채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때 문득
방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아빠였다.
말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아빠는
내 옆에 서서
책상 위 문제집을 잠시 바라보더니
작게 한마디 건넸다.
“힘들지?
괜찮아. 하윤이는
혼자서도 잘 해낼 거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그 말이 너무 다정해서
입을 열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책상 한쪽에
귤 두 알을 내려놓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귤 껍질에서 퍼진 은은한 향이
방 안에 남았고,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날 이후,
나는 ‘혼자서도 괜찮아’라는 말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건 ‘너는 혼자야’라는 뜻이 아니라,
‘너는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라는 믿음이라는 걸.
그리고 그 믿음 뒤엔 언제나
내가 무너질까 조용히 지켜봐 주는
아빠가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살다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감당하고,
스스로 울고
스스로 다독여야 할 때가 많다.
그럴수록
나는 그날 아빠의 말을 떠올린다.
‘혼자서도 괜찮아.’
그건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믿게 해준 말이었다.
아빠,
당신의 그 한마디 덕분에
저는 많은 밤을 무너지지 않고 견뎠어요.
당신이 제 옆에 있지 않아도
그 말은 제 마음 안에서
지금도 자꾸 저를 일으켜 세워요.
저는 이제 그 말처럼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도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요.
‘혼자서도 괜찮아.’ 그 말이
사람의 마음을 지탱할 수 있다는 걸
당신이 제게 먼저 보여주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