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보다 응원을 먼저 건네던 사람

by 나무를심는사람

“내가 망설일 때, 당신은 조용히 말했다. ‘할 수 있어. 난 네가 잘 해낼 걸 알아.’”


처음으로 발표대 앞에 섰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중학교 1학년, 교내 독서토론 대회.
선생님은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추천했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건 그때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마이크 앞에서 말하는 상상만으로도
손끝이 차가워지고,
가슴이 턱 막히던 밤.


나는 거실 식탁에 앉아
원고지 위에서 펜을 굴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마음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때 아빠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조용히 앉더니
내가 끄적인 메모를 슬쩍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물 한 잔을 밀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하윤아, 잘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왜 이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
그걸 말하면 돼.”


아빠는 항상
걱정보다 응원을 먼저 꺼냈다.

“실수하면 어쩌지?”
라는 내 말엔
“그럼 그 실수도 너의 이야기가 되는 거지.”
라고 말해줬고,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어떡해요?”

라는 말엔
“그럼 좋아할 사람을 다시 찾으면 되지.”
라며 웃었다.


그건 단순한 위로나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었다.

내가 아직 나 자신을 믿지 못할 때,
누군가는 나를 대신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아빠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의 통상적인 응원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걱정이 먼저인 세상 속에서 자라면서
응원은 너무 가벼운 말 같고,
너무 쉽게 흩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빠의 말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았다.

마치 내 마음속 어딘가에
‘괜찮아, 넌 잘할 거야’
라는 씨앗을 심어놓은 것처럼.


그 씨앗은,
내가 수없이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조용히 싹을 틔워
나를 다시 일으켜주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누군가를 걱정할 때
자꾸 조언부터 하게 된다.
“그건 조심해야 해.”
“그렇게 하면 안 될 텐데.”
하는 말들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온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내가 그렇게 말할 때
상대는 더 작아지고 있다는 걸.


그럴 때마다
아빠가 했던 방식이 떠오른다.

걱정은 마음 안에 담아두고,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언제나 믿음과 응원.

그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말이었다.


아빠,
그날 발표회에서
제가 마지막 문장을 마치고 무대로 내려올 때
당신이 작게 박수 치던 모습이 아직도 떠올라요.

아무 말 없었지만,
그 손뼉 소리에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자신감이 처음으로 피어났어요.

지금도 그 박수가

제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울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 안에
그런 박수 소리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