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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tonCottage Mar 31. 2016

너와의 첫 만남

입양시 알아둘 것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초여름.

차도 없는 학생들 이었던 우리는 기차로 런던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켄트까지 찾아갔다.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기차역까지 나와 주셨다.

영국인 답게 우산 대신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가 비에 꼴딱 젖은 웨스티 성견 한 마리와 나란히 서있었다. 어미견은 호감 가득한 눈으로 꼬리를 살랑거린다.

드디어 낡은 해치백의 트렁크 안에서 케이지가 열리고 작은 생물체가 어느새 내 두 손에 들린다.


두둥 -


하얀색이어야 할 털은 비에 젖어 누렇게 삐죽거렸고 주홍색 눈물자국이 지저분하게 흘러 있는 녀석.


녀석은 똥그란 배를 내밀고 버둥거리다 흐리멍덩하지만 콩알같이 까만 눈으로 날 본다.


심쿵. 그야말로 심장이 쿵하고 울렸다.

한마디로 첫눈에 반한 거다.

아니 그보다 더 묵직한 어떤 느낌이 있었다.  

그동안 왜 고심, 고민했을까.

어쩌면 내가 이놈을 선택한 게 아닐지도 몰라.이놈이 날 기다린 걸지도.


'옆에 Sister도 있어'

응?

넋을 놓고 있는데 아저씨가 옆 케이지에서 요 녀석의 동생을 꺼내 보인다. 순간 여기저기서 읽은 강아지 고를 때 유의점이 후루룩 떠올랐다.


강아지 입양시 알아두기

*새끼 강아지의 부모견 들을 만날 것
*모견의 성격과 건강을 살필 것
*강아지들 중 먼저 다가오는 녀석을 선호할 것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지켜볼 것
*눈빛이 또렷하고 코의 색깔이 까만지 체크할 것
*각종 예방 접종과 기생충약이 제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것
*병원 검진 증서를 확인할 것
*혈통 증서를 확인할 것

녀석의 동생은 확실히 체구가 훨씬 작았고 눈은 더 흐릿했으며 코의 색이 까맣지 않았다.

물론 그런 점이 아니었어도 우리는 녀석에게 이미 마음이 다 팔린 상태.


'병원에 가서 주사 맞았나요? 기생충약은요?'

아저씨 - No. 아직 너무 어려서 안 했어.


내가 아는 바와 달랐지만 그냥 넘어갔다. 병원은 우리가 데려가면 되니까.

아저씨는 대신 Pedigree(혈통) 증서를 건넨다.

뭐 그냥 손으로 쓴 거네...

뭔가 대단한 활자들이 휙휙 박혀있고 금장 장식에 고유번호 따위가 떡 있을 줄 알았더니.

(이게 진짜 제대로 된 혈통 증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배가 똥똥한 것이 튼튼하겠어~'


무식했던 우리들은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작은 생명체를 위한 케이지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도 미처 알지 못했다. 불쌍한 이 녀석은 내 품에 안긴 채 낯설고 새로운 환경을 그대로 직면해야 했다. 생전 처음 듣는 기차의 덜컹거리는 소음, 지나가는 많은 낯선 사람들, 냄새, 소리.

바보 같은 새 주인들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어린 생명이 느꼈을 당혹감과 두려움을.

'근데... 얘 좀 더러운 것 같지 않아?'

J- 괜찮아

'왜 털이 하얗지 않고 누래?'

J-목욕시키면 돼

'... 얘 이도 있는 거 같은데?'

J-...

'얘 웨스티 아닌 거 아냐??'

J-...


기차에 앉아 품에 안긴 녀석을 찬찬히 보니 놈은 꽤 많이 더러웠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벼룩인지 이인지 아무튼 그런 벌레도 있는 듯했다. (역시 마당이 필요해)


녀석은 기차를 탄지 얼마 안되어 낑낑 거리며 울기 시작했고, 마치 토할 것처럼 입을 크게 벌려 끼잉-하는 소리를 냈다. 바보 주인들은 주머니 안에 덜렁 기차표와 몇 푼이 있을 뿐 아이를 위한 물도, 수건도, 화장지도, 만약의 사태에 필요한 비닐봉지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끼잉 하며 하품을 연신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표현이었다.


혹시나 기차 안에서 토를 하거나, 쉬 혹은 큰 것을 볼까 너무 두려운 나머지 바보 사람들은 간이역마다 기차를 내렸다 타기를 반복하며 어찌 됐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저 이 작은 새 식구를  맞이한 설레는 마음으로.


[알아두기]

*Travelling Home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갈 때는 안전을 염려해야 한다.
따라서 필히 케이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 물과 물그릇, 화장지, 비닐봉지 등도 필요.

만약 더운 여름일 경우 이동하는 동안 에어컨 시설이 없는 상황이라면 차가운 수건(얼려놓으면 되겠죠?)과 얼린 물도 도움이 된다. 또한, 강아지에게 아직 입양자는 낯선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길이나 차에서 놓쳐 달아날 수 있으니 부드러운 새끼 강아지용 목줄을 채워주자.

지금 다시 사진을 봐도 희한하다.

어떻게 첫눈에 반한 거지....

이런 게 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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