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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tonCottage Nov 05. 2016

恥 부끄러울 치, 國恥 국치

부끄러움을 알면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

최근에 책을 하나 읽기 시작했다.

가을이니까.

책꽂이 한쪽에서 오랫동안 장식 내지는 햇빛 가리개 정도로 몇 년 간 한자리에 놓여 있던 책.

그리고 한동안 잊었던 필사의 즐거움도 느껴보려 애쓰는 중이다.

그건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잊고 있던, 손꾸락이 짓눌려 전달되는 통증이 주는 쾌감이랄까.

나는 지금 이 아픔을 참으며 글을 쓰고 있다 라는 뿌듯함함께.


글자들을 옮겨 적다가, 그 내용이 지금의 시국과 참 어울리는 문구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 독서 기록을 한번 해볼까. [동양철학 콘서트_황광욱 저]

<<동양철학 콘서트, 황광욱 저>>, 참 글씨 못썼다.

책의 첫 장은 공교롭게도 부끄러울 치, 恥.


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인 공자는
"모든 행동에 부끄러움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선비라고 할 만하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도덕적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사회의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그 사회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선비가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나라의 부끄러움_국치國恥이다."라는 말은 사회의 지도자에게 부끄러움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이다.

인용된 공자의 말에서 선비는 사회의 지도자를 의미한다.


책에서는 또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이 부끄러움의 감정을 지니고 있어야 하지만, 지도자에게는 더욱 강력하게 요청되는 감정이라고 하겠다.

부끄러움이 없는 지도자는 그 자신이 비도덕적이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비도덕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의 기둥인 정신적인 지도자가 부끄러움이 없다면 가히 나라 전체가 부끄럽게 되는 국치라고 할만하다.


우리는 지금 바로 이 국치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역으로 생각하면 작게는 학급 회장에서부터 크게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지도자_리더를 선출할 때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부끄러움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자신을 향한 감정, 부끄러움이 이렇게 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이 책으로부터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용한 유학경전 <예기>의 문구를 소개하며 짧은 독서 기록을 끝맺겠다.


군자는 부끄러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떤 지위에 있으면서 그에 어울리는 말을 못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말은 하면서도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음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미 어떤 성과를 얻었으면서 그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영토의 여유가 있는데도 백성이 많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백성이 많지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앞으로의 지도자들부끄러움을 알아 부끄러워할 일이 없었으면 한다. 지도자를 선출함에 있어 또한  부끄러움을 판단하여 부끄러워 일이 없었으면 한다.
國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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