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루 Sep 11. 2020

글쓰기 훈련에 다독, 다작, 다상량 정말로 도움이 될까

글 잘 쓰는 비법에 대한 단상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법'이 있을까 먼저 질문을 해보면 대체로 돌아오는 답이,


 1. 그런 재능은 타고 나야 한다.

 2. 많이 써봐야 한다.

 3. 책도 많이 읽으면 좋다.

이 세 가지 정도다.

대부분 글쓰기란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라 믿으며 그나마 훈련하는 방법으로는 많이 읽고 써봐야 한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실제 강사들이나 현직 작가들이 글쓰기와 관련해 가장 많이 하는 조언도 다르지 않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일찍이 송나라 문인 구양수(歐陽脩)도 글쓰기 핵심 훈련 방법을 '삼다(三多)'로 요약한 바 있다. 이것이 작문 실력을 향상시키는 핵심이자 거의 유일한 비결처럼 여태 전해지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정말 글쓰기에 왕도는 없으며,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까?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소리다. 수영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수영과 글쓰기의 공통점

수영을 배우러 온 수강생에게 강사가 이렇게 말한다.


"일단 물에 들어가세요.

 물 안에서 혼자 허우적대다 보면 당신도 언젠가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문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작정 많이 읽고 써보라는 말은 수영을 배우려면 일단 물에 들어가 열심히 헤엄쳐보라는 정도 수준의 조언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무작정 물에 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수영 실력이 늘까? 물론, 그 와중에 혼자 물장구 치기만 해도 수영 실력이 향상되는 사람도 있다. 운동신경을 타고난 사람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문장 감각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천재 작가라 부른다. 이런 사람은 책 몇 권만 읽어봐도 문장 다루는 기술을 놀랍도록 쉽고 빠르게 익힌다. 말 그대로 천재들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천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애석하게도 글쓰기를 배우려는 모든 사람이 탁월한 문장 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진 않는다. 보통의 감각을 가진 일반인들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수만 장의 글을 써봐도 제자리를 크게 못 벗어난다. 강사의 무능을 탓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지긴 한다. 실제 그런 경우도 있고. 그러나 같은 수영 강사한테 배우더라도 누구는 몇 달 만에 자유영에 배영, 접영까지 마스터하는가 하면 누구는 그저 물에서 숨 쉴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감사할 수준에 머무는 이도 있지 않던가. 글쓰기도 그렇다. 무능한 줄로만 알았던 그 강사한테서 배운 다른 누군가는 실력이 향상된다는 불편하고 외면하고픈 진실. 수영을 비롯한 대다수 운동과 글쓰기의 첫 번째 공통점이 여기에 있다.

타고난 감각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은 무용한가


구양수가 말한 삼다(三多)가 문장력 향상에 전혀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많이 읽고, 써보고, 또 생각하는 과정은 운동에 비유하자면 기초체력, 특히 근력을 높여주는 필수 훈련에 속한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해야 문장에 힘이 생기고 길게 이어나갈 체력이 만들어진다. 다만, 기본기나 요령 없이 무턱대고 따라 하기만 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누구나 노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달성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다행히 글쓰기도 여기에 포함된다. 누구나 제대로 된 훈련을 받으면 어지간한 작가 못지않은 문장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앞으로 그 노하우를 나눌까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