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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Sep 23. 2020

내게 맞는 글쓰기 환경과 방법 찾기

지금은 쓰지 않지만, 일본 불매 운동 전까지만 해도 나는 ZEBRA사의 사라사 펜만 썼다. 그것도 0.4 굵기만.

학창 시절 한참 소설 창작에 뼈 갈아 넣던 시절에도 A4 용지에 저런 젤 타입의 펜으로만 글을 썼더랬다. 저런 류는 연비도 안 좋아서 소설 한 편 쓰려면 한 달에 최소 너댓 자루씩은 녹아 없어진다.


요즘엔 아무 펜이나 잘 쓴다. 간단한 메모 외에는 펜 잡을 일이 없게 된 후부터다. 대신 키보드에 까다롭게 군다. 노트북처럼 키캡이 낮고 소음이 적은 멤브레인이나 팬터그래프 방식으로 된 키보드를 선호한다. 타이핑을 오래 하려면 키캡이 낮아야 피로감이 덜하다.




작업실에서는 듀얼 모니터를 쓰는데, 하나는 세로로 세워져 있다. 가로 모니터에는 참고 자료를 띄워놓고, 세로 모니터에서 블로그 포스팅이나 문서 작업을 한다. 참고할 내용 없이 순수 창작물을 만들 때에는 침대 위에 책상 펴놓고 노트북을 쓰기도 한다. 주로 저녁 시간에.


글만 쓰고 살 때 오래 좌식 생활을 해서 그런지 지금도 집중할 땐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음악은 아예 듣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작업창 여럿 띄워놓고 일하는 타입이라 음악이 끼어들면 이미지가 흐트러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용한 환경에서도 글이 안 써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카페의 백색 소음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력을 발휘하는가

필기구가 어쩌고, 키보드에 모니터, 음악이 저쩌고 길게 썼는데, 글 밥 먹고 사는 이들은 손끝에서 생각이 표현되는 그 순간의 느낌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아직도 원고지에 자신이 선호하는 펜으로만 글을 쓰거나, 구형 타자기로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찍어내는 이도 있고, 마이크로 먼저 녹음한 뒤 옮겨 적기도 한다.

대학 강의 때 물어보니 스마트폰에 일상이나 중요한 기록을 한다는 친구들도 많았다. 한때는 키보드 분 당 800타만 넘어도 자랑이었는데, 요즘 20대 초반이나 더 어린 친구들은 키보드보다 스마트폰 자판에 더 익숙하다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럿이겠으나 결국 핵심은 어깨에 힘을 빼는 데 있다. 내가 좋아하는 환경, 최적의 작업 조건을 만드는 것도 신경의 분산을 막고 긴장을 줄여 결국 어깨에 힘을 빼줌으로써 자연스러운 글이 나오도록 하기 위함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훈련이 있겠지만, 그 이전에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작업이 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이걸 알아야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같은 꽃도 작은 화분에서는 한 뼘도 채 못 자라는가 하면 조금만 넓은 환경을 조성해 주면 쑥쑥 자란다. 줄기의 굵기부터 맺히는 꽃의 수도 다르다.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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