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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Sep 29. 2020

퇴고의 3원칙과 방법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

지난여름, 어느 독서 모임 참가자들이 쓴 50여 편의 칼럼을 첨삭 지도했다. 당연히 개인마다 문장력의 차이는 있는데, 완성도를 떠나 초고를 쓴 다음 한 번의 퇴고도 거치지 않고 바로 낸 글도 꽤 보였다. 티가 난다. 심지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엉망이고, 그런 문장들이 모여있다 보니 당연히 흐름도 매끄럽지 않고, 고작 한 페이지 남짓한 분량도 길게만 느껴진다. 쉽게 안 읽히고 지루하단 얘기다. 무슨 말 하려는지도 모르겠고.


글을 못 쓰니까 그런 거 아니냐, 하겠지만 아니다. 정말로 문장력이 부족하고, 글의 얼개를 짤 줄 몰라 그런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최선을 다해 수정했다면 그 노력이 분명 엿보인다.

하지만 퇴고 한 번을 안 해서 엉망인 生-초고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솔직히 이런 글은 첨삭할 맛도 안 난다. 열심히 하는데 잘 못하는 경우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지도해 줄 마음이 들지만 스스로 노력할 의지가 전혀 없는데 선생이 억지로 부추길 이유는 없다. 마음 없는 학생에겐 어떤 조언도 잔소리가 될 뿐이다.


초고는 아이디어의 나열에 불과하다. 머릿속에서 잔뜩 달궈진 쇳물을 들이붓는 과정이랄까. 그걸 이제 계속 두드려가며 제련을 해야 칼이든, 낫이든 뭐라도 만들 거 아닌가. 대충 쇠꼬챙이 비스름한 걸 들고 '야, 이거 정말 멋진 칼이군' 해봤자, 혼자만의 생각이다.

글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모양도 잘 잡히고, 점점 단단해진다. 그 과정도 재밌다. 진짜 글쓰기 재미는 퇴고에 있다. 다만 퇴고의 방법을 모르니 글쓰기가 재미없다고 느낄 뿐이다. 오늘 진짜 퇴고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릴 테니 꼭 실천해보셨으면 한다.


글쓰기의 정수 : 퇴고의 효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시작이 [초고]라면, [퇴고]는 완성을 위한 제련과 담금질에 속한다. 밀고, 두드릴수록 더 매끈하고 예리한 문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 글쓰기가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다.


퇴고를 많이 하다 보면 이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 좋은 글을 보는 시선을 갖게 된다.

2. 문맥, 어휘, 문법, 문장, 단락, 맞춤법까지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찾아내는 눈이 생긴다.

3. 글쓰기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쓰는 과정이 재밌어진다.


퇴고를 즐기게 되면 자기 검열에서 자유로워진다. 완벽한 문장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에 두려움도 사라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로 인해 글쓰기의 원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퇴고는 어떻게 하는 걸까? 순서와 원칙이 있다.




퇴고 방법과 순서, 그리고 세 가지 원칙


우선 퇴고할 때는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1. 멋진 문장을 쓰는 실력이 아닌, 자신의 글을 포기하지 않는 인내.

2. 단숨에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겸손함.

3. 고쳐쓰기를 귀찮아하지 않는 노력.


그리고 세 가지 원칙이 있다.



1) 부가(附加)의 원칙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빠진 부분은 첨가한다.

2) 삭제(削除)의 원칙

가식이나 허식이 없는지 살피고 불필요한 부분, 지나친 부분, 조잡하고 과장이 지나친 부분 등을 삭제하면서 표현의 긴장감을 높인다.

3) 구성(構成)의 원칙

문장의 구성을 살피며 주제 전개의 양상을 다듬는다.

이 세 가지 원칙을 기본으로 다음의 순서에 따라 글을 수정하면 된다.

1) 전체 흐름, 맥락

2) 문장 구성(주어와 동사, 수식어)

3) 접속사, 동어반복, 종결어미

4) 맞춤법


퇴고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한다. 즉, 흐름과 맥락을 보며 동시에 문장을 수정하고, 맞춤법까지 한꺼번에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따로 봐야 한다. 처음에는 전체 맥락을 보고, 다음에는 문단, 그다음은 문장, 다시 접속사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살피고 맞춤법은 가장 나중에. 전체 맥락을 볼 때는 수정 후 마음에 들 때까지 다시, 또다시 봐야 한다. 따라서 권장 다섯 번 이상, 그래도 최소한 세 번 이상은 봐야 제대로 된 퇴고라 하겠다.



대학생들에게 '리포트를 쓰고 나서 몇 번이나 다시 읽고 수정을 하느냐' 물어보면 약 절반 남짓한 학생들이 그래도 '한두 번은 본다', 반의반에서 다시 반쯤 되는 소수의 학생들은 '세 번 이상 검토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한 번에 후루룩 써버리고 제출하기 바쁘다. '초고=완성작'이라는 뜻이다. 성적을 떠나, 요리도 제대로 안 한 '날 것 그대로의 재료'를 맛보라고 내는 꼴이다.

미슐랭 가이드급의 요리를 기대하진 않는다. 적어도 익히기는 해야지. 못 써도 된다. 글이 맛없을 수도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요리사는 아니지 않나. 그러나 애초에 굽지도 않은 글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자에 대한 큰 결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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