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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4. 2022

글재주 없는 당신에게 필요한 기초 체력 훈련

일기쓰기

사람들이 말수가 적은 이유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내 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묵함은 ‘성격’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 생긴 ‘습관’이다.
-마이클 니콜스(Michael P. Nichols), <대화의 심리학>


 말수 없는 사람은 글에서도 과묵할까? 입이 무겁다고 해서 반드시 손끝(글)도 과묵하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분들이 많은데 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 생긴 습관이라기보다 단지 서툴러서 그렇다. 물론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거야’라는 생각도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말과 글에 과묵한 사람들이 서툰 두 가지

 말도 그렇지만 손끝이 과묵한 사람들은 대게 두 가지에 서툴다. 소재를 찾는데 서툴거나, 표현에 서툴거나. 글감은 흔히 책과 신문에서 많이 찾아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애초에 표현에 서툴면 당장엔 별 도움이 안 된다. 먹으면 뭐 하나, 소화를 못 시키는데.

 그렇다면 소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표현은 어떤 식으로 연습해야 할까?


기초 체력 훈련 일기쓰기

 글감을 찾고, 글로 표현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는 일기 쓰기를 권한다. 글쓰기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훈련이다. 그런데! 할 말이 없어 글도 못 쓰겠다는데 하물며 일기라고 쉽게 써지겠나. 이 경우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일기 쓰기 1단계단순 기록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본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몇 시에 일어났고, 아침은 언제 뭘 먹었는지… 하루 동안 뭘 했는지 사건 위주로 기록하면 된다. 기억이 안 나면 건너뛰어도 괜찮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고, 강박적으로 일상을 빠짐없이 기록하려는 목적도 아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기억나는 대로 나열하면 된다.


[일기 쓰기 2단계] 감정 탐색

 기록 자체가 익숙해지면 이제는 각각의 사건에 대한 내 생각과 기분, 감정을 덧붙여 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식사를 할 때, 누구를 만났을 때, 특정 사건에 대해 느꼈던 점을 쓴다. 그마저도 거창하게 다룰 필요 없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 / 나빴다’ 정도로 시작하면 된다.


[일기 쓰기 3단계선별과 집중

 다음은 일상의 기록 중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기록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중요한 일,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뤄본다.

        

단순기록 ㅡ 감정탐색 ㅡ 선별/집중


 꼭 1, 2, 3단계를 순서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글쓰기가 처음이라 서툰 분들을 위한 구분일 뿐이며, 익숙한 단계에서 시작하면 된다.


일기 쓰기의 핵심

 일기뿐 아니라 앞으로 제시할 글쓰기 훈련 중 퇴고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법을 실천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1.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몸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

 2. 문장력, 글의 논리와 구조, 맞춤법 등을 따지지 않는다.

 3. 훈련 과정에서 쓴 글은 절대로 타인과 공유하거나, 스스로도 평가하지 않는다.     

 일기 쓰기 초반에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가능한 자세하게 쓴다. 오로지 최대한 길게 쓰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맞춤법이나 문장의 완성도는 따져 묻지 않는다.

 과묵함도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설득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없던 카리스마가 생기지도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 ‘~하는 것이다!!!’라고 혼자 손가락 끝에 힘 빡 줘봐야 아우라는 그리 쉽게 생기지 않는다.

 글에서 과묵함은 지루하고 의미 없는 문장과 수식어를 걷어내고 반드시 필요한 문장만을 간결하게 사용할 때 생긴다. 다만, 다크하면서도 섹시한 카리스마를 가지려면 처음엔 지나치게 수다스럽다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말을 실컷 쏟아부을 줄도 알아야 한다. 가방 속 물건을 먼저 책상 위에 다 쏟아내고 나면 오히려 정리가 쉽고, 더 빨리 끝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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