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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6. 2022

글의 핵심을 강조하고 구조를 탄탄하게 만드는 비법

고무줄 글쓰기

 한때 매주 토요일마다 참석했던 어느 조찬 모임. 여러 회사 대표들이 모여 각자 사업 분야 소개도 하고 인맥도 쌓는 그런 자리였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3분씩 주어졌는데, 어떤 분은 주어진 시간을 한참 넘겨 무려 10분을 잡아먹고도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사업을 한다는 거지?’

 말이나 글이나 같다. 뭐가 중요한지, 뭘 강조해야 할지, 애초에 독자나 청중이 무슨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지 모르면 하염없이 줄줄줄 길어진다. 또한 글의 구조를 설계할 줄 모르면 전체의 균형이 안 맞거나 산만해진다. 서론이 너무 길거나, 근거와 사례가 너무 빈약하다든지, 용두사미로 끝난다든지.     

글에서 핵심을 강조하는 법, 그리고 전체의 구조를 보며 균형을 잡는 방법은 따로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훈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익힐 수 있다.     

 이번 장에 서두에서 소개한 필사는 운동에 비유하자면 가벼운 조깅과 같다. 크게 힘들진 않지만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오래 해야 한다. 이번 훈련법은 바벨 스쿼트 정도의 수준으로 강도가 꽤 높다. 하지만 제대로 하면 단기간에도 눈에 띄게 향상된 실력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분야의 스쿼트

 핵심을 강조하고 구조와 논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훈련법은 바로 <고무줄 글쓰기>다. 두 세트로 이뤄져 있다.


[고무줄 글쓰기] 1세트

 1. 특정 주제를 정한 다음 글을 써본다. 단, 최대한 기이이이이이이일~~~게!

 억지로 쥐어짜낼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최소 A4 한 장 이상, 권장 두 장 이상.

 글자 크기 10pt로 한 장 반 정도 쓰면 대략 글자 수로는 2,500자 정도. 최소한 2,000자 이상은 써봐야 훈련이 된다.     

2. 완성된 글 내용을 절반으로 줄인다. 두 장 분량을 썼다면 한 장으로 줄인다.     

3. 다시 절반으로 줄인다. 줄인 내용에서 다시 한번 반으로 줄인다.

이 과정을 거쳐 A4 절반까지 요약해본다.     

4. 마지막으로 세 문장, 그리고 최종 한 문장만 남긴다.


[고무줄 글쓰기] 2세트

5. 마지막 남은 한 문장을 가지고 다시 글을 써본다. 기존에 썼던 글은 참고하지 말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쓴다. 이번에는 무작정 길게 쓰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분량을 정해놓고 쓴다.

두 세트를 기본으로 세트를 몇 번 반복해보는 것도 좋다. 두 번째 완성한 글을 다시 줄여서 한 문단까지 남기고 또 길게 써보기를 반복한다.


[고무줄 글쓰기] 추가 TIP

-무슨 주제로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날 때

 앞으로 쓰고자 하는 분야면 좋고 내가 관심 있거나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야, 혹은 자기소개를 해보는 것도 좋다.

 혹은 훈련의 변형으로 남이 쓴 글을 줄여보는 방법도 좋다. 신문 사설이나 칼럼 등 잘 쓴 글 중에 분량이 적당한 것을 골라 줄여본다. 그다음 해당 주제에 대해 나만의 화법으로 다시 써본다.


글쓰기 분야의 스쿼트 고무줄 글쓰기 효과

 쓰고, 줄이고, 다시 늘이기를 반복하면 글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줄이는 과정에서 내 글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 핵심을 강조하기 위해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를 선별하는 눈이 생긴다.

 특히 은퇴 후 투머치토커로 유명해진 박찬호 형님께 이 훈련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평소 말은 장황한데 핵심이 없다는 분들께도 고무줄 글쓰기는 매우 좋은 훈련이다. 발표를 앞두고 할 말을 미리 써본 다음 이렇게 줄여보면 좋다. 몇 차례 반복해 훈련하다 보면 주어진 시간이 몇 분이든 얼마든지 맞출 수 있고, 짧은 시간에도 얼마든지 임팩트를 줄 수 있다.     

 조찬 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 마침 내 순서 바로 앞에 어느 영어 교육 관련 전문가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 이야기를 이어받아 나는 자기소개를 이렇게 했다.     

 “저는 앞서 인사하신 저분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상대가 한국말만 알아듣는다면 저는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단 두 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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