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를 글로 옮기기
글은 체계적인 훈련과 더불어 전문가로부터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빨리 는다. 작가 지망생들이 문예창작학과에 지원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훈련법은 문예창작학과에서 차용하고 있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개인적으로 20년 간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개발한 방식들이고, 모두 여러 제자를 거쳐 검증받은 훈련법이다. 이번 챕터에서는 그 훈련법 중 단시간 내 가장 빠른 성취를 보이는 방법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시간 내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문예창작학과 다닐 때는 대상 하나를 놓고 표현해보는 훈련을 많이 했다. 이를테면 창밖에 ‘나무’를 보면서 외형에 대한 묘사를 하다가 차츰 은유적 표현을 써보는 식이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나무의 모양과 크기, 색깔 등을 먼저 묘사하면 된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한 훈련 중 하나고, 방법은 쉬운데 다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해서 혼자 해보라고 권하기엔 무리가 있다. 혼자 연습하고 비전문가끼리도 피드백 받기 좋은 훈련법이 있다. 바로 영상을 보고 그 장면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아래의 영상을 보고 이 광고를 시각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설명한다 생각하고 글로 옮겨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ryfOhsFnlf8
글은 목적에 따라 양식과 문체가 달라진다. 위 영상을 촬영하는 목적인 시나리오로 만든다면 이렇게 간단하게 쓸 수 있다.
#1
울창한 숲 속을 달리는 자동차.
#2
초행길인 듯 표지판 살피며 운전하는 운전자 모습.
#3
보조석에 앉은 저승사자 발견하고 놀란다.
#4
운전자 보며 웃는 악마.
"Sorry."
#5
자동차 경적과 경보음 울리고.
#6
뒤늦게 앞을 보는 운전자.
#7
벌목 현장 앞에서 급브레이크로 아슬아슬 멈춘 자동차.
#8
운전자, 악마를 보며
"Sorry."
#9
머쓱한 표정의 악마.
#10
벤츠 정면 샷.
군더더기 없이 핵심적인 장면만 묘사하고 있다. 시나리오란 촬영을 목적으로 쓰는 글이다. 따라서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이나 원고 작성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촬영하는 감독이 읽고 이해하면 그만이다. 감독이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만 있으면 잘 쓴 글이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할 때는 최대한 자세히 묘사를 해봐야 제대로 훈련이 된다. 전체적인 풍경부터 놓치기 쉬운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해 본다.
연습용 영상을 선택할 때는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길이가 짧은 CF가 연습하기엔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