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현재 세계에서 주목받는, 명실상부 최고의 축구 선수다. 그의 실력에 대해서야 말해 무엇하랴. 그렇다면 손흥민 선수는 훗날 최고의 코치, 혹은 감독이 될 수 있을까? 자, 이 부분은 물음표다. 그럴 실력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아직은 모를 일이라는 거다. 현직 모든 감독과 코치들이 현역에서 최고였던 건 아니니까.
내가 잘하는 것과, 남이 잘하게끔 만드는(돕는) 일은 별개의 재능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본인이 글을 잘 쓰는 것과, 남들도 글을 잘 쓰게 만드는 건 별개의 재능에 속한다. 이렇다 할 커리큘럼이나 솔루션도 없이 현직 작가네, 전직 기자 출신 입네 하며 글쓰기를 가르치는 강사들이 많다. 물론 본인들은 글을 잘 쓴다. 글밥 먹고 살 정도니 당연하다. 그런데, 가르쳐본 경험이 아직은 많지 않고, 또 애초에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라고 여기니 대부분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식의 조언에서 못 벗어난다.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글이 느는 건 사실이다. 다만, 글쓰기에 대한 무의식적 긴장을 다 내려놓고 난 다음에.
애초에 사람들이 글쓰기를 왜 어려워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글을 왜 배우고 싶어 하는지, 그 목적도 시작부터 다잡아줘야 한다. '왜(why)'에서부터 막히는데 어떻게 선수(수강생)의 실력이 늘겠나. 그러니 만날 제자리고, 수강생들은 본인의 재능 없음을 탓하며 영원히 글과 멀어지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진짜 열심히 해봤는데도 안 되더라.
이런 경험을 가진 분을 다시 글쓰기에 끌어들이기란 매우 어렵다. 해봤으니까. 열심히 해도 안 되니까. 이들이 훈련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기는 어렵다.
글? 재능 없어도 잘 쓸 수 있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하나. 글은 재능이 없어도 얼마든지 빚어낼 수 있다. 혹시 내가 시도했던 방법에 문제가 있진 않았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2002년 한국은 사상 초유,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이뤄냈다.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 컸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선수들의 역량은 감독하기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점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히딩크가 박지성보다 발이 빨라서 감독이 된 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