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기아자동차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자동차 결함”이라는 꼬리표이다. 자동차 유튜버들은 연일 국산차의 결함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으며 보배드림 국산차 게시판에선 차량 결함을 호소하는 차주들의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출시하는 신차에는 무조건 결함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신차를 사전 예약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베타테스터”라 지칭하기도 한다. 꾸준히 제기되는 국산차의 결함 이슈에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국산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본 포스팅에선 결함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국산차에 대해 살펴본다.
지난 8월 출시된 신형 4세대 카니발이 출시 한 달 만에 4만 대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었다. 연일 이어지는 인기로 몰려드는 주문 탓에 현재 3만 대 이상의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이며 지금 당장 구매해도 내년 초에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국내 미니밴 시장을 독식해오던 카니발은 이번 풀체인지를 통해 전형적인 미니밴 스타일을 탈피하고, 고급 SUV를 연상케 하는 외관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파워트레인도 기존 3.3 가솔린 엔진에서 3.5 가솔린 엔진으로 개선되었으며 패밀리카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편의 기능도 다수 장착되었다.
신형 카니발이 보여주고 있는 높은 수치의 판매량은 의외라고 할 수 있다. 카니발은 이전 세대부터 고질적인 차량 결함으로 유명한 차종이었기 때문이다. 차체 강성 부족으로 브레이크를 잡아도 밀리는 현상이 꾸준히 발생했으며, 연식 개선으로도 잡아내지 못한 차체의 원인 모를 공명음은 카니발의 대표적인 결함이었다.
게다가 최근엔 프로모션으로 판매된 3세대 카니발에서 주행 중 가속 페달이 빠지는 사고 소식까지 전해졌다. 국산차의 고질적인 조립 불량 문제가 카니발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카니발을 둘러싼 결함 이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선택지가 없어 카니발을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카니발과 경쟁할 만한 동급 차량으로 혼다 오딧세이나 토요타 시에나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혼다 오딧세이는 기본형 5,710만 원, 토요타 시에나는 5,440만 원으로 3,160만 원부터 시작하는 신형 카니발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형 카니발의 외관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혼다와 토요타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게 되었다. 더 이상 웃돈을 주고 혼다와 토요타를 구입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거기에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미니밴 시장의 선택지는 카니발로 단일화되었다.
그랜저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리프트 진행 이후 국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쏘나타보다 더 잘 팔리는 국민차가 되었다. 획기적인 디자인 변화를 통해 중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존 중, 장년층에 국한된 수요를 젊은 세대까지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랜저는 고급형 차종을 제네시스로 분리시킨 현대 자동차의 가장 상위 라인에 있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국내 준대형 세단의 가장 선두에 위치해있다.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고급 세단으로 인식된 그랜저, 이런 그랜저에서도 결함 이슈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주행 중인 그랜저 차량이 전소하면서 더 뉴 그랜저의 엔진 결함이 이슈화되었다. 엔진 오일을 가득 채워도 1,000km 정도 주행하면 엔진 오일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증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엔진을 보호하는 엔진 오일이 증발하면 치명적 결함을 야기하거나 차량 전소와 같은 심각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이 현상은 현대 2.5 스마트 스트림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K7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에선 그랜저에 한해서 무상수리를 진행하였고, 그마저도 엔진 교환이 아닌 엔진 게이지 수리에 불과한 조치를 진행하였다. 이 같은 현대의 대처는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 조치에 불만을 품었던 차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옵션을 적용하지 않은 차량의 대시보드 크래시 패드가 주저앉는 결함도 발생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공간을 보충제로 채우지 않고 텅 빈 공간으로 방치하여 생기는 문제였다.
현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시보드를 뜯어내고 스펀지를 채워주는 식의 단순한 조치에 불과하여 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차체를 뜯어내고 수리를 진행해야 하는 차주들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30년간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그랜저도 카니발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전까지 그랜저와 경쟁해왔던 쉐보레의 임팔라와 르노 삼성 SM7은 수요의 저조로 단종되었으며, 유일한 경쟁 차종인 K7은 인지도, 디자인,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수입 브랜드의 동급 경쟁 세단인 혼다 어코드와 토요타 캠리 정도가 그랜저와 수요층을 경쟁하던 차량이었지만, 불매 이슈로 이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그랜저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리며 그랜저는 쏘나타를 능가하고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차량이 된 것이다.
국내 중형 SUV 시장은 싼타페와 쏘렌토가 1,2위를 다투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3월, 기아는 쏘렌토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이며 싼타페를 바싹 추격하였고, 이에 맞서 싼타페도 지난 6월,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여 응수하는 등 아직까지도 두 차량의 경쟁은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두 차량의 경쟁이 같은 집안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제외한 경쟁 모델의 부재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두 모델의 파워트레인 성능이 동일하고, 크기 제원에서만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풀체인지를 통해 중형 SUV 시장의 입지를 다지려는 쏘렌토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발생한 결함 이슈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져 9가지 항목에 대한 무상수리 조치가 취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쏘렌토의 가장 대표적인 결함은 시동 결함이다. 시동 오프 시 TCU 통신 오류가 발생하며 다시 시동을 걸 때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발견된 것이다. 게다가 주행 중 ESC 경고등, ABS 경고등이 반복적으로 점등되는 가능성도 발견되어 무상수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밖에도 주차 보조 안내선, 전자식 변속 레버 경고등, 후측방 레이더, 오버헤드 콘솔 램프 및 2열 퍼스널 램프, UVO 앱 시트 열선 등의 전기 장치에서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생하는 결함으로 무상수리를 진행하였다.
신형 쏘렌토에 대한 결함이 5개월에 걸쳐 하나씩 발견되면서, 차주들은 언제 또 새로운 결함이 발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이 전기 장치 결함이라 문제 해결 방법이 단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불과하여 차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중형 SUV 시장은 싼타페와 쏘렌토로 양분되어 있다. 국산 준중형 SUV의 투싼이나 스포티지가 그나마 경쟁할 수 있겠지만, 1.6과 2.0 디젤 엔진 모델로만 출시되어 있어 2.2 디젤 엔진의 중형급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동급의 수입 경쟁 차종으로는 BMW X3나 폭스바겐의 티구안 정도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국산차와 가격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국내 중형 SUV 수요층은 싼타페와 쏘렌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선택지 단일화 현상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출시 이후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현대의 코나 일렉트릭이다. 타 모델 대비 뛰어난 주행 성능과 SUV 세그먼트에 대한 시장의 선호로 출시 이후 연일 인기를 이어갔다.
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출시 이후 첫해에 1만 1,143대의 판매량을, 이듬해 2019년에는 1만 3,587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선두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8만 5천 대 남짓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판매 수치이다.
지난 10월 4일, 대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충전 장소에서 충전을 진행하던 코나 일렉트릭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6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이후 8일 만에 발생한 사건이며, 이로써 국내 보고된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건은 총 12건이 되었다.
아직까지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현대자동차 측에서도 화재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배터리 측 결함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배터리 공급 업체인 LG화학 측에서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아 원인 규명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달아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 화재에 대해 사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는 한편, 일각에서는 보도의 정체 현상을 두고 “현대 밀어주기가 진행 중인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년 발생한 BMW의 화제 이슈에 비해 이번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건이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보도 제한이나 이슈화에 대한 정확한 정황이 포착되진 않았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국산차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기차 SUV 수요층은 코나 일렉트릭 외에 다른 차종을 선택하기 어렵다. 코나 일렉트릭과 비견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차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쟁 차종인 푸조 e-2008은 주행거리가 237km에 불과하며, 4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코나 일렉트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코나 일렉트릭과 같은 시기에 출시된 니로 ev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니로 ev의 기본형 가격은 4,451만 원으로 코나 일렉트릭의 기본형 4,361만 원에 비해 100만 원가량 비싸다. 연비도 5.5kWh로 코나 일렉트릭의 연비 5.8kWh에 비해 낮다.
현재 현대, 기아 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차 결함의 비율은 타 제조사에 비해 압도적이다. 국내 시장의 높은 점유율로 경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 자정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경쟁 없는 시장에서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쩌면 자유경쟁이라는 이름 하에 시장 독점 현상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국산차에 붙은 “결함”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제대로 자정작용이 이뤄지게 하려면 관련 제도 정비와 더불어 현명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