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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전설로 남았다는 현대차?

by 밀리터리샷

‘현대차’하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가? 누군가에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이나 ‘세계에서도 통하는 국산차’ 같은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기업일 수도 있다. 반면, 누군가에게는 ‘품질 논란 많은 차’, ‘내수용과 외수용의 차이가 심한 차’, ‘결함 대처가 미흡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드는 기업일 수도 있겠다.

상반된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바로 현대차가 한때는 시대를 풍미했던 고급차였다는 사실이다. 80년대, 90년대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1세대 그랜저는 아직도 6070 세대에게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오늘은 일명 ‘각그랜저’라 불리던 1세대 그랜저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고급 승용차의

최고봉


2009년 그랜저의 카피라이트였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그랜저를 잘 표현하는 문구이다. 말 그대로, 그랜저는 단순한 ‘고급 승용차’가 아니었다. 무려 고급 승용차들 중에서도 ‘최고봉’의 위치에 있던 차였으며, 그랜저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발에 채는 게 그랜저라지만, 8, 90년대 그랜저는 웬만한 부자들은 탈 수도 없는 일명 ‘회장님 차’였다. 1986년 1세대 그랜저의 출시가가 1,800~1,900만 원이었는데, 당시 일반 회사원의 월급이 30만 원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내던 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뭐가 그렇게

특별했을까?


1세대 그랜저의 제원은 길이 4,865mm, 너비 1,725mm, 높이 1,430mm, 휠베이스 2,735mm정도로, 당시로썬 상당한 크기의 자동차였다. 또한 최고출력 123마력에 최대토크 19.9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고사양 고성능 자동차였다.

1세대 그랜저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공식 스폰서였던 현대차와 미쓰비시가 만든 합작품이었다. 차체와 디자인은 현대차가, 엔진과 파워트레인, 설계는 미쓰비시가 담당해 개발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2.0L 시리우스 MPI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곧 2.4L 시리우스 MPI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가 추가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여기에 1989년에는 V6 3.0L 사이클론 MPI 엔진이 추가되어 최고출력 164마력, 최대토크는 23.5kg.m을 발휘하는 유례없는 고성능차가 되었다. 이로써 그랜저는 당시 경쟁 모델이던 대우 로얄 시리즈를 재치고 대형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위에서 보듯, 그랜저의 모든 파워트레인에는 MPI 엔진이 장착되었다. MPI 엔진은 구동계의 모든 기능을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기술로, 이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그랜저는 최첨단 자동차라는 별칭을 얻을 수 있었다. 1세대 그랜저는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넘버 3’ 등 80년대, 9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미디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차종이기도 하다.


뜻하지 않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1994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한 무리의 폭력배들이 빈부격차와 부자들에 대한 증오로 조직적인 연쇄 살인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일명 ‘지존파’가 벌인 ‘지존파 살인사건’은, 지존파 5명 전원에 대해 사형 판결이 났을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

지존파가 부자들을 색출해 내는 기준이 바로 ‘그랜저’였다. 실제로 한 카페의 밴드 매니저였던 이 모씨는 악기를 싣기 위해 중고로 대형차인 그랜저를 구입했다가 지존파의 눈에 띄어 참변을 당했다. 또한 성묘 후 집으로 돌아가던 평범한 부부도 그랜저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로 납치당해 살해되었다.


출처-보배드림

클래식카 열풍 속

1세대 그랜저


1세대 그랜저가 출시된 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각그랜저’ 인증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런 인증글에는 어김없이 ‘지금 봐도 디자인이 세련됐다’, ‘아직도 잘 굴러가다니, 신기하다’ 같은 긍정적인 댓글들이 달린다.

최근 클래식카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1세대 그랜저가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생산량이 많은 편이 아닌 차종이었고, 연식도 오래되어 이제는 사고 싶어도 못 사는 희소차가 되어 클래식카 매니아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런 열풍에 현대차는 ‘헤리티지 차량 시승 프로그램’을 론칭해 1세대 그랜저를 비롯한 다양한 클래식카의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지금 흔히 ‘부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차에는 제네시스 G90이나 벤츠 S클래스 등이 있다. 1세대 그랜저나 지금의 G90, S클래스 같은 차들이 ‘부의 상징’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 파워 이상의 특별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클래식카를 찾는 것은 옛날의 특별했던 그랜저를 그리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최근 터지고 있는 현대차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들도 회귀 욕구에 한몫했을 것이다. 1세대 그랜저처럼 혁신적인 고급차는 힘들더라도, 모두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국민차’가 출시되길 바란다.


글.

차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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