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 사람으로 가득 찬 도서관에서 빈자리를 찾아 옮겨 다니며 공부하는 사람을 일컬어 “메뚜기족”이라고 한다. 빈자리에서 공부하다가 자리 주인이 나타나면 다시 빈 자리를 찾아 자리를 뜨는 모습이 메뚜기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처럼 어떠한 행동을 동물에 비유한 말은 도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캥거루 운전”이다.
캥거루 운전이란, 과속 카메라 단속 구간에서만 급격히 속도를 줄이는 운전 방식이다. 과속으로 인한 벌금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캥거루 운전 방식이 단속을 피하는 데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이번 글에서 과속 카메라에 대한 루머와 진실을 자세히 알아보자.
속도위반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공유되고 있다
도로 곳곳에 놓인 과속 단속 카메라에 적발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운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제한 속도 규정에서 10km/h 초과한 정도는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거나, 중앙 차선을 물고 달리면 카메라를 피할 수 있다는 방법 등이 이러한 꼼수이다.
심지어 카메라가 인식할 수 있는 최대 속도가 200km/h이므로, 감속할 수 없다면 차라리 속도를 높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인터넷과 사람들 사이에서 퍼진 과속 카메라에 대한 루머,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고정식부터 이동식까지
과속 카메라의
종류는 다양하다
과속 카메라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고정식 카메라는 예전부터 사용되던 카메라로, 감압식 센서를 이용하여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카메라 앞에 두 개의 기준 센서를 설치한 다음, 첫 번째 기준점에서 두 번째 기준점까지 도달하는 속도를 계산하여 과속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동식 카메라는 레이저를 이용하여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카메라에서 1초에 400개 이상의 레이저를 쏘아 차량과 카메라 간 거리를 측정하고, 거리의 시간차를 이용해 과속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보다 정교한 측정이 가능하고 최대 320km/h까지 인식이 가능한 이동식 카메라가 과속 단속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세간에 퍼진 루머는
대부분 거짓이다
그렇다면 운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편법은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먼저 제한 속도 10km/h까지는 과속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이다. 제한 속도 구간마다 과속 허용치가 다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령 60km/h로 제한되는 도로는 11km/h 이상부터, 즉 71km/h부터 단속에 적발된다. 70~99km/h 구간의 허용치는 15km/h이며, 100km/h로 제한되는 구간은 22km/h 이상인 122km/h부터 단속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를 맹신해선 안 된다. 구간별 허용치는 어디까지나 기준일 뿐, 실제 적용은 지방경찰청장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결국 10km/h 정도까지 괜찮다는 편법은 어느 도로에선 맞는 이야기일 수 있으나, 제한을 강하게 두는 지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지역별 제한 강도나 기준은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운전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중앙 차선을 물고 주행하는 방식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고정식 카메라는 감압 센서를 사용하여 이러한 편법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이동식 카메라는 레이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속 단속을 피하려다 중앙선 침범까지 걸릴 수 있으니 이러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또한, 200km/h 이상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내용도 이동식 카메라에는 포함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레이저 센서를 통해 속도를 인식하는 이동식 카메라는 최대 320km/h까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캥거루 운전 방식을 이용하면 단속을 피할 수 있겠지만, 구간 단속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
제한 속도 규정의 허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 발생을 줄이고 안전 운전을 권장하기 위한 제한 속도 규정의 의의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카메라가 전 구간을 단속할 수 없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줄이는 이른바 캥거루 운전자가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운전 방식은 구간별 교통 체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현재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1970년, 경부 고속도로 개설 당시의 차량과 타이어 성능을 기준으로 상정된 속도이다. 때문에 자동차 기술이 발달하고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에는 이러한 제한 속도 규정이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5030 안전속도 규정으로
제한 속도가 더 낮아졌다
최근에는 도시 내 도로를 중심으로 제한 속도를 낮추는 5030 안전속도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보행자의 왕래가 잦은 도로의 제한 속도를 각각 50km/h와 30km/h로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행자의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행자가 다니지 않는 고가 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의 제한속도까지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50km/h 속도로 주행하더라도 60km로 주행하는 것과 시간 차이가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실제 교통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실험 결과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과속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과속으로 인한 사고는
0.48%에 불과하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집계하고 있는 교통사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2만 9,600건이다. 이 중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124건에 정도였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사고 중 0.48%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통계 결과처럼 과속이 실질적으로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꾸준히 제한속도를 낮추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치사율이 다른 원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과속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치사율은 무려 20%에 달했다.
안전을 위해서, 혹은
벌금 때문에라도
안전운전은 필요하다
실제로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이다. 과속보다 신호 위반이나 안전수칙 위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가 더 많은 것이다. 하지만 과속 운전 사고의 높은 치사율을 무시할 수 없기에, 운전자 본인의 안전과 상대방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제한속도를 지키며 운전해야 할 것이다.
행간에 퍼져있는 과속 카메라에 대한 루머는 대부분 거짓이다. 때문에 루머를 맹신하여 모험 운전을 즐기다 벌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혹은 벌금 때문이라도 안전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