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파티 효과’라는 현상을 알고 있는가? 이는 칵테일파티처럼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자신이 흥미가 있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듣는 현상이다. 예컨대, 시끄러운 길거리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상황을 말한다.
칵테일파티 효과 때문일까?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소식이 귀에 꽂힌다. 아무리 지구는 둥글다지만, 비행기를 타고 꼬박 10시간 이상은 가야 닿을 수 있는 땅에 우리나라 브랜드 차가 달리고 있다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연도에는 유럽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를 달성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지금부터 국산차의 활약상을 함께 살펴보자.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10월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판매량은 8만 1,128대로, 아쉽게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7.2%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판매 점유율은 작년 동월과 같은 7.2%로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숨어있다. 현대차는 3만 9,401대를 팔아 작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4.6% 감소한 반면, 기아차는 4만 1,727대를 판매해 1.1%가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는 코나, 투싼, i20 등의 순으로, 기아차는 씨드, 니로, 스포티지 등의 순으로 판매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로 따져보자.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에서 총 70만 1,307대를 판매했다. 작년 대비 22.5%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이 기간 유럽에서 팔린 전체 자동차는 969만 6,928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7.3%나 줄었으니 국산차의 판매량이 다소 저조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올해 누적 판매 점유율은 7.2%로 작년 같은 기간 기록인 6.8%보다 0.4% 포인트 올랐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2달이 더 남긴 했지만, 올해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연간 점유율 7%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차들이 유럽에서 인기가 좋았을까? 먼저 현대자동차 코나를 살펴보자. 코나는 지난 10월 1만 3,433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유럽에서의 국산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유럽인들은 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많이 구매했다. 그중 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첫 출시 이후 2년 만에 유럽에서 5만 3,000대나 판매된 전력이 있다.
특히 코나는 지난 8월에는 독일에서 실시된 시험 주행에서 1회 충전으로 최대 1018.7km의 주행거리를 달성하는 등 놀라운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 유럽지사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코나 일렉트릭이 출시됐을 때, 합리적 가격의 e-모빌리티를 위한 중요한 진전을 만날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가성비가 훌륭한 점이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나의 뒤를 이어 지난 10월 8,771대로 판매량 2위를 차지한 것은 현대차 투싼이다. 투싼은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베스트셀링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실제로 현대차는 신형 투싼이 지난달 말 총 2만 3,820대의 사전계약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싼은 국산 SUV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기도 하다. 2004년 1세대 출시 이후, 지난 8월까지 국내에서 67만여 대, 해외에서 642만여 대 등 총 710만여 대가 팔렸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훌륭한 디자인과 안전성, 연비 등이 경쟁 차종보다 경쟁우위를 점했던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10월에 1만 1,940대 판매된 씨드는 기아차가 유럽에서 판매한 모델 중 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씨드는 애초에 유럽 전략형으로 내놓은 모델로, 훌륭한 디자인 덕분에 국내 소비자들도 국내 출시를 원할 만큼 인기가 좋은 차량이다. 실제로 독일의 유명 자동차 잡지인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베스트 카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해외의 기아차 고객 중 25%가 디자인을 보고 자동차를 구매한다고 답했다.
씨드는 기아차의 준중형 해치백으로 국내에 판매 중인 i30와 동급 모델이다. 전면은 K3와 동일한 디자인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적용되어 있으며, 램프에는 X 크로스 디자인이 적용됐다. 반면 후면은K3와 전혀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테일램프 디자인이 K3와 상이하며, 양쪽이 이어져 있지 않다. 또한 번호판이 테일게이트 아랫부분에 적용된 점도 씨드만의 특징이다.
친환경 SUV 니로는 유럽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고차 잔존가치 1위에 오르며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10월에만 8,140대 판매되며 기아차의 유럽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니로는 유럽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충족하면서 저렴하고 공간이 넓은 가성비 SUV로 자리 잡았다.
유명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를 모델로 삼아 유머러스한 광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니로EV는 친환경차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서 10월까지 5.000대 이상 판매된 전력을 갖고 있다. 당시 테슬라의 모델3, 폭스바겐의 ID.3 등 경쟁 모델을 물리치고 전기차 부문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니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마에 한 개의 뿔이 나 있고 아름다운 말의 형상을 하고 있는 그 전설의 유니콘 말이다.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자가 상상하는 유니콘이 있다.
국내 기업에 있어서 유럽 시장에서의 선전은, 만질 수 없으나 그동안 상상하고 존재하길 바라왔던 유니콘과 같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 언젠가 국내 기업이 바라는 유니콘, 그 목표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신임부터 확실하게 얻어야 할 것이다. 유니콘을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들의 유니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