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폭 1,400mm로 전국의 골목길을 누볐던 차. 그럼에도 20kg 쌀 포대를 최대 27개나 실을 수 있던 차. 출시된 지 30년이 지나도 아직도 적지 않은 차량이 출고되고 있는 차. 과연 이런 차가 존재할 수 있을까 싶은 제원을 갖고 있는 차가 있다. 이 차의 정체를 짐작하는 독자들도 있을 듯싶다. 바로 한국 GM의 다마스다.
하지만 곧 다가올 2021년 상반기에 다마스가 단종된다고 해 뭇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마스는 뛰어난 가성비로 인정받아온 차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마스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어쩌다 단종을 면하지 못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함께 찬찬히 알아보자.
국민 경상용차인 다마스는 1991년에 첫선을 보였다. 출시 당시 밴은 426만 원, 코치는 456만 원으로 그 시절의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뛰어난 가성비를 갖춘 모델이었다. 다마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동시에 폭이 1,400mm밖에 되지 않아 좁은 골목길을 다니기 쉽다는 특장점을 갖고 있다.
위와 같은 장점들 덕분에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형 차로 많이 쓰였다. 출시 당시 스즈키 에브리 제2세대 모델을 베이스로 만들어졌으며, 처음에는 가솔린 엔진만 적용되었으나 얼마 후 LPG 엔진이 추가되었다가 나중에는 LPG 엔진만 장착했다.
2003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프런트 뷰를 대폭 개선한 다마스 Ⅱ가 출시됐다. 다마스 Ⅱ는 보닛에 볼륨감을 더했으며,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안전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프런트 오버행의 길이를 245mm 늘렸다.
2007년 초에 높아진 환경 기준 미달로 생산이 잠시 중단된 전례가 있지만, 2008년부터 기준을 만족시키는 엔진을 장착하여 다마스 Ⅱ가 아닌 뉴 다마스라는 차명으로 다시 생산이 시작됐다. 전자식으로 교체된 계기판을 적용하게 된 점이 특징이다. 또한, 796cc, 최고출력 43마력, 최대토크 6.7kg.m의 LPG 엔진을 탑재해 유지비 또한 여전히 저렴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다.
현재도 993만 원부터 1,028만 원대라는 저렴한 가격대를 갖고 있는 다마스는 택시 기본요금이 800원이었던 시대부터 판매되던 차량이다. 그런데 택시 요금이 약 5배 오르는 동안 차 값은 약 2배 정도밖에 안 오른 것은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다마스는 출시 후 30년간 단 두 번의 페이스리프트만을 거친 사골 모델로도 유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전성의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실제로 다마스에 탑승해본 사람은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선 “다마스 타 봤는데 정말 목숨 내어 놓고 타야 하는 차 같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도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국내에 시판되는 차량들은 의무적으로 충돌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법이 시행된 것은 다마스가 출시되고 3년 후인 1994년부터이다. 이에 따라 다마스 같은 경우에는 충돌 테스트가 면제됐다. 2013년에는 결국 정부 안전 및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전격 생산 중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당시 유통 상인연합회 등 소상공인이 규제 유예를 요구해 결국 국토교통부는 안전 기준을 6년 동안 유예하고, 환경부는 배출 가스 자기 진단 장치 의무 부착을 2년 동안 유예했다. 이에 따라 얼마 후 다마스는 판매가 재개됐다. 최근에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2020년 말에 안전규제와 배출가스 규제 미달로 인해 단종 예정이었지만, 유예되어 1년 뒤인 2021년에 단종을 맞게 된 것이다.
조금 여담을 해보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마스는 스즈키의 에브리를 기반해서 만든 모델이다. 에브리는 현재 에어백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보행자를 감지하는 긴급제동장치가 설치되며 최신 일본의 자동차 안전규제를 충족해 일본 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차이기 때문에 혜택도 좋고 가성비가 좋아 자영업자, 배달원 등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으면서 일본 내 위상이 한국의 포터급이라고 한다.
에브리가 잘 나간다는 소식을 접하니 이를 기반으로 제작했던 다마스는 단종되는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 그동안 소상공인들의 발이 되어주고 함께 땀 흘린 다마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도, 다마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차가 출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차례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