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등 세계 곳곳에서 신냉전을 우려할 만한 징조가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좁히기 위한 중국의 ‘군사굴기’에도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데, 중국의 한 전문가는 “현재 양국 군사력은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이를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 간의 전쟁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전쟁 억지력을 가진 비대칭 전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며,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중국에 대한 우리의 억제력 수준을 평가하자면 서서히 배가 가라앉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중국 핵무기 개발 속도전
2년 새 2배 이상 성장했다
리처드 사령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해군 수상함 협회 연례 심포지엄에서 중국의 핵무기 개발 속도가 빠르다고 말하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미국의 군사 작전이나 사령관, 병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상관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이는 눈앞에 있는 문제이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감소하던 세계 핵탄두 수가 신냉전 정세에 따라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SIPRI는 2020년 200개 수준이었던 중국의 핵탄두 보유 수량이 최근 350개까지 늘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미국 국방부는 이미 400개를 넘어섰다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 중국 군사력 보고서
중국 핵탄두 2035년 1,500개 수준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2 중국 군사력 보고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전 배치한 핵탄두 수가 400개를 넘었다고 추정했다. 더불어, 이 같은 핵 확장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1천 개, 2035년에는 1,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SIPRI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핵탄두 비축량 1위 국가는 5,977개의 러시아이며, 5,428개의 미국과 350개의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미 국방부의 전망대로라면 10년 내로 미·러·중 3개국이 모두 네 자릿수대 핵탄두를 보유하게 되며, 보고서는 “중국은 지난해 135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한 시험발사보다 많은 것”이라며 미사일 능력 향상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태평양 진출 가속화한다
대만 침공은 아직 불투명
보고서는 중국의 재래식 전력 증강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340척의 전함을 보유, 수량에 있어서는 세계 1위이며 무인기 등 군용기 역시 2,800기에 달해 미군의 우위를 잠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군이 기존 ‘근해 방어’ 기조에서 ‘원해 방위’ 전략으로 전환하여 태평양 지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임박했다는 조짐은 없다”라고 밝혔으며, 정부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군대를 보유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하려 한다고 기술했다.
세계 곳곳서 우려 목소리
중국 위협에 대비책 마련
중국이 군사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자, 세계 곳곳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나토 외교장관 회의 이후 “우리 동맹 회원국은 중국의 강압적 정책, 허위 정보 사용 등 빠르고 불투명한 군사력 증강을 여전히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말했듯 우리는 중국과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의 군사 위협에 나토 회원국이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도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문서를 공개하여 “중국은 군사능력과 선진기술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인권을 무시하며 국가 안보를 침해하는 경우 중국에 도전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이미 너무 큰 강대국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는데, 이에 23억 캐나다 달러(한화 약 2조 2,200억 원)를 군사력과 사이버 안보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너무 속보여”
중국 내부서 반대 목소리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관련 발표에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의 군사력을 과장하기 위한 고의적인 의도로 핵무기를 거론했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핵무기의 선제 사용 금지 정책을 고수하고, 결코 어떤 형태의 군비 경쟁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힌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재조명했다.
신냉전 우려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목소리를 냈는데, 그는 “EU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지하며 EU와 유럽 국가들이 신냉전에 반대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과 유럽의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발언이기에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으로 비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