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원정 경기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팀들이 홈그라운드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해외에서는 약세를 보이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브랜드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이다.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범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아직까지 북미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만큼은 독일 3사를 압도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홈그라운드에서만큼은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제네시스의 올 한 해 모델별 판매량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제네시스 스포츠 세단,
G70은 6,33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제네시스의 중형 세단, G70은 올해 11월까지 총 6,33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G70은 중후한 프리미엄 세단 이미지에 스포티함을 가미한 제네시스의 스포츠 세단으로, 고급스러움과 속도감을 동시에 담아냈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 C 클래스, BMW 3시리즈 등과 경쟁한다.
최저 기본가는 3,848만 원부터 시작하며, 옵션을 적용한 최대 가격은 6,023만 원이다.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중형 세단 시장 판매량 4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을 적용한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G70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G80은 올해 초
풀체인지를 진행하며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구형 G80의 판매량은 2,897대에 불과하지만, 올해 초 출시된 신형 G80의 11월까지 판매량은 4만 1,504대에 이른다. 작년 한 해 동안 2세대 G80의 판매량이 2만 2,284대였던 것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상승한 기록이다. G80의 높은 판매량은 풀체인지를 통해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에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초 GV80과 G80을 통해 새로운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을 시장에 선보였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쭉 뻗은 두 줄의 쿼드 램프 디자인과 크레스트 그릴은 제네시스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충분했다. 특히 G80은 준대형에 어울리는 중후한 외관으로 디자인 호평을 받기도 했다.
G80은 웅장한 차체와 곡선형 루프라인, 거대한 크레스트 그릴을 통해 고급스러운 준대형 차량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러한 G80의 디자인 변화는 그랜저 이상의 기품을 원했던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충족시켰으며, 국내 소비자들의 호평은 판매량 상승으로 직결됐다.
올해 초, 코로나 이슈 때문에 사전 예약이나 출시 행사 등의 이벤트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공식 출시 첫날 2만 2천 대 계약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작년 한해 동안 G80의 판매량에 준하는 수치이다. 최저 기본가 5,291만 원, 최대 8,276만 원이라는 상당한 가격에도 국내 준대형 시장 판매량 2위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G90은 디자인 호불호에도
꾸준한 인기를 보여주었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은 올해 11월까지 총 8,293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018년 11월, 디자인 변경을 진행하며 EQ900이라는 국내명을 G90으로 통일했다. 대형 세단에 걸맞은 고급 사양과 웅장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중장년층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변화된 디자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현재 국내 대형 세단 판매량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그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동급 경쟁 라인 S 클래스, 7시리즈도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G90의 판매량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겠다.
제네시스 첫 번째 SUV,
GV80은 대형 SU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올해 1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GV80은 출시 첫날 1만 5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느슨해진 국내 SUV 시장에 긴장감을 주었다. GV80은 새로운 패밀리룩을 처음으로 적용하여 프리미엄 다운 고급스러운 느낌을 담아냈다. 동시에 후륜 구동 6기통 엔진으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하여 고급형 SUV 수요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GV80의 최저 기본가는 6,067만 원부터 시작하며 옵션을 적용한 최대 가격은 8,886만 원이다. 상당한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형 SUV 시장에서 2위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판매량 1위인 팰리세이드와 2천만 원 이상의 가격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판매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네시스는 수입차 대비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있다
올해 11월까지 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54만 4,528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브랜드 판매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기아자동차도 46만 2,413대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의 뒤를 이은 브랜드 판매량 순위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수입차 대비 기본 가격이나 A/S 부품, 공임비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성비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가격의 동급 수입차량에 비해 옵션까지 풍부하여 제네시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제네시스의 이런 면모 때문에 일각에서는 “프리미엄 자동차가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게 맞냐?”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자동차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가성비라는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신차의 가격을 보면 더 이상 가성비가 좋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를 거듭하며 꾸준히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신형 G70의 경우, 동일 사양 C 클래스, 3시리즈의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다.
성능 개선과 품질 향상 등을 이용한 고급화 전략으로 가격 상승이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아직 가격이 납득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능으로 독일 3사를 따라잡은 게 아니라 가격으로 따라잡았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격 상승을 인정받으려면
프리미엄급 품질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제네시스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맞닿아있다. 제네시스는 지금까지 “수입차에 비해 품질은 떨어지지만 가성비로 구매하는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가격 상승을 인정받으려면, 이러한 기존의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최근 제네시스는 신차에서나 A/S 부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때문에 이를 개선하고, 독일 3사 못지않은 품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야만 기존 인식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품질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 국내에서 보여준 힘을 세계 시장에서도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