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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einate Sep 18. 2016

한국인은 모르는 한국의 잠재력?

[서평]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한국이 저평가되는 것이다. 주로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외국 기업의 주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조건, 남북 관계의 경직, 분식 회계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런데 한국이 저평가되는 원인 중 하나로 '잠재력 개발 부족'을 꼽는 사람이 있다. 한국은 분명 가치있는 나라이며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이 내재해 있는데,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선비 정신과 한옥, 예학 같은 한국 특유의 문화가 갖는 장점과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은 순수 한국인이 아닌 바로 경희대학교 교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씨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21세기 북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21세기 북스


이 책,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은 단순히 한 명의 외국인의 시선으로 쓰인 책이 아니다. 예일대와 동경대, 하버드대 등지에서 동아시아 연구를 진행했고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경희대학교에 교수로 있는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씨가 한국에 관해 쓴 책이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의 낮은 위상이나 능력부족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산할 것을 권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한국의 현실과 잠재력이다. 한국은 현재 거의 10%가량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저평가당하고 있다. 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앞서 언급한 사안들이 꼽히기도 하지만 저자가 보기엔 한국인의 잠재력 개발 부족도 주목할 부분이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새우 콤플렉스(고래 사이에서의 끼인 새우와 같이, 강대국 사이에 끼인 콤플렉스)와 전통문화에 대한 천시를 비판한다. 독일이 기계의 품질과 더불어 독일산 제품의 원칙주의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듯 한국도 나름의 이미지를 개발하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가치들을 언급한다. 그가 언급하는 것은 선비정신과 역관, 예학 등이다. 저자는 일본이 사무라이와 닌자를 긍정적 가치로 개발하여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을 언급한다. 그리고 한국의 선비정신도 이와 같이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선비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만을 갖추고 학문의 정진에 힘쓰는 모습은 자본주의 소비정신에 물들지 않는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놀랍게도 조선시대에 발전했던 예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예학은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아주 적절한 가치라고 한다. 모든 분쟁을 법으로 조정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다원화된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예를 갖추고 분쟁을 법으로 나아가기 전에 정리하는 예학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 중기 이후 번창했던 중인 문화도 언급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중기 이후 중인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전문성에 문인적 교양을 융합하여 나름의 중인 문화를 향유한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아쉽게도 이런 한국 문화는 아직 한국만의 문화이고, 국제적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문화를 더욱 개방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자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원래 청교도적 행사였으나 보편적인 모임으로 변했듯이 추석도 그렇게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한국 건축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한국의 농촌을 토스카나나 프로방스의 농촌처럼 만드는 것 역시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기적으로 한국학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는 방안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 더 외국인들이 잘 배울 수 있는 한국 사전을 만들고, 한국학 연구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한국학 교수 충원을 지원하며, 한국학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적합한 교재와 수업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동아시아 연구와 한국 체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이기 때문에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언급하거나 과거 역사에 대해 논하는 부분도 있다. 또한 챕터별로 내용이 나누어져 있어서 읽기 편하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의 일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특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전파에 대해서 장기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타당하다고 느껴졌다. 결국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연구 기반의 마련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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