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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einate Jul 12. 2017

찬란했던 문명들은 왜 멸망했을까

[서평]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이스터 섬은 남아메리카 칠레의 남서쪽에 위치한 섬이다. 가장 가까운 거주지역과도 2000km이상 떨어진 말 그대로 고립된 섬이다. 화산이 분화하며 융기한 섬이지만, 그것보다도 이스터 섬을 유명하게 한 것은 바로 모아이다.

모아이는 이스터 섬에 있는 독특한 모양의 석상이다. 코가 돋보이는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여 대중문화에 많이 알려졌다. 지상 1~2층 건물 정도 크기의 것부터 21m에 달하는 거대한 것까지 크기는 다양하다. 2009년에는 가수 서태지씨가 모아이를 주제로 8집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거대한 석상을 장식하여 해변에 세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스터 섬에는 정치적으로 통합된 체계가 있었다. 완만한 지형의 육지에는 다양한 육지 새와 바다 새, 40여 종이 넘는 식물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터 섬 사람들은 외부와의 교류 없이 나름의 문명을 일구었다.

하지만 훗날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인들이 이스터 섬을 찾았을 때, 이스터 섬은 황폐하기 짝이 없는 섬이었다. 섬에는 닭이나 쥐 정도의 동물만 있었고 대부분의 새는 멸종했다. 식물 종류도 보잘 것 없었고 나무는 거의 베어져서 황폐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식인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증거도 발견되었다. 이스터 섬은 허무하게 파멸하고 말았다.

모아이가 있던 이스터 섬 외에도 아메리카의 아나사지 문명, 고유의 달력으로 유명한 마야 문명 등은 모두 과거에 문명을 이루고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그들의 문명은 오래 가지 못하고 붕괴하여 현재는 유물과 고대 유적만 남은 형편이다. 그들은 대체 왜 멸망했을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는 이스터 섬과 같이 과거에 발전했던 문명이 왜, 어떻게 붕괴하는가에 대해 쓴 책이다. 완전히 몰락해버린 문명의 과거를 추적하여 그들의 멸망 원인을 찾는다. 

태평양의 이스터 섬부터 현대 미국의 몬태나까지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명의 사례를 분석하여 어떤 경우에 문명이 붕괴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환경과 자원의 문제를 중점으로 둔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스터 섬의 붕괴 원인을 환경 문제에서 찾는다. 이스터 섬 주변엔 다른 섬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의 침략이 없었으며, 특별한 기후 변화도 없었다. 이웃한 아메리카처럼 유럽의 전염병이 찾아들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스터 섬의 삼림은 사람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파괴되었고 파괴된 삼림은 섬을 황폐화시켰다. 이윽고 개발과 식량 생산은 타격을 입었다. 점점 식량이 부족해지자 문명은 파괴되고 섬 사람들의 삶은 악화된 것이다.

이스터 섬의 예에서 보듯이, 문명과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복합적인 요인이 문명의 성쇠에 영향을 끼치지만, 환경의 문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이스터 섬은 삼림 자원 관리에 실패하여 붕괴하고 말았지만, 도쿠가와 막부 시절의 일본은 체계적인 삼림 자원 관리를 통해 그들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책 전반에 걸쳐 환경에 적합한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가 다루는 문명의 이야기를 과거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명의 붕괴에 관한 이야기는 세계화된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거의 고립된 문명의 모습은 어찌 보면 인류의 형편과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오늘날 우주에서 고립된 것처럼 폴리네시아의 이스터 섬은 태평양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이스터 섬 사람들은 곤경에 빠졌지만 피신할 곳이 없었다. 구원을 요청할 곳도 없었다. 어느 날 우리 지구인이 곤경에 빠진다면 어디에, 누구에게 의지할 것인가? 이런 이유에서 많은 학자가 이스터 섬의 붕괴를 하나의 비유로, 어쩌면 우리 미래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는 것이다. -169P 


문명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보다는, 보편적인 원칙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하는 책이다. 약 720페이지의 분량이 총 16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장은 고대의 마야 문명, 중세의 노르웨이 식민 지역과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 현대의 미국 몬태나 주와 같이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명을 다루고 있다.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작인 데다가, 사진 자료와 구체적인 설명이 함께하고 있어 양질의 책이다. 과학 교양서의 저자로 유명한 서울대 장대익 교수 역시 저서 <다윈의 서재>에서 이 책을 추천한 바 있다. 문명과 환경, 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두고두고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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