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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seinate Jul 13. 2017

좀비 등장 이후, 세계가 달라졌다

[서평] 영화 <월드워 Z>의 원작 소설 <세계대전Z>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해진다. 지능이 낮은 동물처럼 행동하더니 다른 사람에게 달려들어서 물기 시작한다. 물린 사람들은 다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이들로 세계는 가득 차고, 그동안 발전해 온 인류 문명은 위기를 맞는다.      


이런 줄거리가 보통 좀비물의 정석이라 할 것이다. 좀비로 인한 사람들의 혼란과 공포, 집단 군상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그렇지만 좀비 사태의 발발이 아닌, 좀비 사태 이후 다시 복원된 세계의 모습을 그리는 소설도 있다. 바로 <세계대전 Z>다.      



<세계대전 Z>는 영화 <월드워 Z>의 원작 소설이다. 남아프리카 광견병으로 잘못 알려진 좀비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퍼져서, 전 세계가 좀비의 습격을 받아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을 그린다.      


좀비 자체의 공포나 개인의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와는 달리 좀비 문제라는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사람들을 다루었다. 그중에서도 혼란 상태를 이용하는 이들이나 좀비에 맞서 사회를 재구성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책의 내용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의 화자가 끝까지 내용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 장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물이 있다. 인물의 국적은 세계적인 좀비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양하게 설정되었다. 심지어 한국인 인물도 등장한다.      


특수 지식을 가진 인물들이 구체적 정보를 가졌기 때문인지 전문가가 많이 등장한다. 그들은 좀비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인류는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 설명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좀비는 지능적인 행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좀비가 창궐한 인구밀집지역이 너무 많았고 대처가 늦어 많은 국가가 붕괴한다. 좀비 바이러스는 처음에 '남아프리카 광견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광견병으로 알려진 그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고, 좀비에 물린 이들은 급속히 좀비로 변해갔다.      


초기에는 각 국가에서 좀비 사태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했고, 위기 상황에 대처한 국가는 이스라엘뿐이었다. 따라서 좀비 바이러스에 대해서 완벽히 파악하기 전에 전 세계에 좀비가 퍼져 버린다.    

 

이 책은 각국에서 발생하는 좀비에 대한 대응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각 국가는 비교적 효율적인 대응을 시도한 국가도 있고, 괴멸한 나라도 있다. 주요 국가 중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미국의 비중이 크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일부 민간인과 할거 주민들을 좀비를 유인하는 유인용으로 내버려 두고, 정부와 핵심 요인들은 살아남는 '레데커 플랜'을 발동한다. 레데커 플랜은 원래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 헤이트 시절 내란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좀비 사태 대응으로 실행된다. 이후 다른 국가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따라하며 생존을 도모하게 된다.     


미국과 한국은 초반엔 좀비에 의해 위기에 몰린다. 미국은 용커스라는 곳에서 첨단 무기를 가지고 좀비 부대와 싸우나 대패하고 만다.      


그 괴물 떼가 계속 차들 사이를 이동하면서 글자 그대로 사람들을 먹어치우면서 정체된 차들을 통과하고 있었고, 그 불쌍한 사람들은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더군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건 어디든 갈 데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 도로는 I-80으로 링컨과 노스 플랫 사이에 있는 긴 고속도로였어요. 이 두 곳은 그 사이에 있는 다른 작은 소도시들처럼 주민들 대다수가 감염된 상태였어요. 도대체 그 사람들은 어딜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누가 이런 대탈출을 조직했을까요? -112p     


그러나 좀비에 대한 항전이 전개되었고, 이후에 기술자들과 노동자들의 노력으로 산간 지대에 정부를 재구성하는데 성공한다. 화이트칼라 사무직들은 사회 체제가 붕괴했기에 다시 기술을 배워 살아간다. 한국은 위기를 겪지만 전쟁 경험자들을 활용해서 사태에서 살아남는다.      


이스라엘은 전부터 좀비 사태에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좀비 사태 발생 이후 국경을 봉쇄한다. 쿠바는 섬나라였기에 그나마 좀비 사태에 대응하기 쉬웠다. 이후 좀비사태를 피해서 도망친 사람들과 안전한 방책을 마련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붕괴한 아메리카에서 중요 국가로 거듭난다. 러시아는 신부들이 권력을 가지는 공포스러운 신성 국가로 변하게 된다. 이외에 강국이 된 쿠바와 장군의 위대한 희생을 겪는 인도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국가의 묘사를 통해서 저자는 좀비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망한다. 이 책의 시점은 좀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를 다루고 있어 등장인물들의 분위기는 담담한 편이다. 이들은 자신이 본 좀비의 모습뿐 아니라 정신이 붕괴한 사람들, 위기 상황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다.     


작중, 지나친 공포와 공황으로 정신을 잃어 좀비를 따라하는 인간들의 존재가 묘사된다. 이들의 존재로 인해 사람들은 물려도 꼭 좀비가 되는 것은 아닌지 착각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나라를 수습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위기는 기회라며 좀비 사태를 틈타 성공한 인물도 있다. 좀비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좀비 치료제라며 가짜 약을 팔아서 갑부가 된 이가 언급되기도 한다.     


좀비들을 무찌르고 영웅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도 재밌지만, 좀비 사태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소설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좀비라는 공포의 존재에 대해 대처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양상을 그려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독자는 진짜 인터뷰 기록을 읽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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