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도로 위 아이가 응가가 마렵다한다
런던에서 사촌동생이 놀러 와 지오랑 인천공항으로 픽업 나갔다. 대략 1시간 반걸리는 거리인지라 출발 전 유치원 화장실을 다녀왔더랬다. 그런데 도착 44분 남은 그때 (=절반쯤 왔을 때), 지오는 응가가 마렵다고 했다. 너무 마렵고 팬티로 조금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하원하면서 바로 출발한 터라 아무런 여벌옷이 없었다. 패닉의 시작.
여긴 도로 위엔 화장실이 없다 진짜 참을 수 없냐 물어보니 휴게소에 가자는 아들... 여기 도로에는 휴게소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부랴부랴 광명시로 빠져나와, 정처 없이 헤매다가, (광명역으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지? 이미 멘붕) 그때 저 멀리 보이는 S 오일!!!! “기름 가득이여”를 외치고는 바로 주유소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아뿔싸! 그런데 주유소 화장실이 수세식이 아닌가... 지오는 처음 보는 화변기였다. 엄마 이게 화장실이야? 아까까지 빠릿빠릿하던 아이가 느려졌다. 이렇게 양발을 벌리고 이 밑에다가 응가하는 거야. 지오가 변기 위에 섰다. 아 바지에 묻을 것 같았다. 이리 나와봐. 신발을 벗기고 바지 속옷을 벗겼다. (일단 아들의 허풍이었다. 팬티에는 아무것도 묻은 게 없었다. 약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약간 화나기 시작)
자 다시 여기 변기 위에 서봐. 아이는 하의실종한 채로 변기 위에 섰다. 이렇게 서서 쉬야하라고? 아니. 이제 구부리고 앉아. 여기에 앉으라고? 이것은 대환장 파티. 아니 다리만 구부리고 요렇게 앉아. 애미는 친절하게 아들 오금을 손날로 툭 치며 다리를 구부려뜨렸다. 그러자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우리 옆칸으로 가보자. 거기 변기가 있을지도 몰라. (아니 엄마가 아까 다 봤지. 다 수세식이야) 그랬더니 아들의 마지막 한마디. 엄마 여기 더러워서 못 싸겠어. 나 이제 안 마려워.
진짜 안 마렵냐. 엄마가 배 문질러줄게. 싸려고 노력해 봐라. 아직 도착까지 45분 남았다. 이제 화장실 없다. 애걸복걸하며 싸보게 하려 했지만, 이미 마음의 문을 닫은 그는 똥꼬의 문까지 잠가버렸다.
허탈하게 주유 만땅이 된 차를 다시 올라타고 (그래도 기름값이 싼 곳이었다)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탔다. 놀랍게도 아이는 재출발 5분후 잠에 들어버렸다. 하 이럴 거면 왜 마렵다고 난리 쳤나 마음이 올라왔다가도, 그래 잠들면 똥은 안 싸겠지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래 그게 차라리 낫지.
그랬더니 이번에는 비가,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폭우가 시작됐다 ㅋㅋㅋㅋ 차 천장에 두둗두두둑 소리가 장난 아닌데 아들은 잘도 잔다. 넌 정말... 그리고 무려 영종대교 차례. 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러다 미끄러져서 차가 삐그덕 돌면 바다로 빠져버릴 것 같아서 3차로로는 무서워서 못 달리겠다. 대교 제일 중앙으로 달리자 1차로로 변경. 나 운전 15년 차. 운전 무섭다는 생각은 정말 또 오래간만에 했네 ㅋㅋ 그래도 예전에 언젠가 바람 강하게 부는 날, 영종대교 다리도 흔들리고 차도 흔들렸던 날에 비하면 나았다. 그저 미끄러질까 봐 속도 100인 도로에 모두가 70-80으로 안전(?) 운전하고 있었다.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물보라가 셌고, 이쯤 되니 비행기 착륙하는 동생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원래 난기류로 비행기가 사고 나는 법은 없어도, 이착륙 때가 제일 비행기사고가 많다 하지 않던가. 이렇게 시야가 안 좋은데... 비행기는 괜찮나. 걱정 불안의 마음 증폭.
그렇게 오래간만에 “놀랄 일” 하루 만에 응축해서 옴팡지게 겪고 공항 도착해서 아들 깨워 도착 층으로 이동했다. 동생 비행기는 도착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그렇게 동생과도 무사히 만났다. 더 웃긴 건, 공항 화장실, 세상 깨끗한 곳에 갔는데도 응가 안 한 아들이고요. 그는 결국... 인천공항에서 돌아와 과천에 왕할머니 댁에 들렸다가 (심지어 여기서도 안 함) 다 같이 저녁 외식하러 간 식당 화장실에 가서야 응가를 하였다.....
오늘의 레슨. 차 안에 항상 여벌옷 세트 하나를 대비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