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고야

꼭 자신이 이겨야만 하는 아이, 어떡하죠

by Casey Kim


“알겠습니다! 선장님! (대장님!)”


친구랑 해적놀이를 하면서, 부하 역할을 (자처하여) 맡는 친구가…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걸까?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더 성숙해지면), 이런 대장-부하 역할의 역할놀이 가능한 걸까?


오늘 지오는 놀이터에서 20분가량을 징징대며 울었다.

자기가 대장 하고 싶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원 후 유치원 놀이터에 놀러 간 아들. 친구들과 미주알고주알 떠들며 잘 노는가 싶더니, 다툼이 일어났다. 지오가 해적놀이를 하자고 했는데, 같은 반 여자친구가 자신이 대장을 하겠다고 한 것.


지오는 자기가 대장을 하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그 친구도 또 자기가 대장을 하고 싶다고 소리를 질렀다. 분을 이기지 못한 지오가 그 친구의 배를 밀어버렸다. 여자친구가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너무 억울하고 서운했는지 친구가 울음을 터뜨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놀라서, “친구를 밀면 어떻게 해! 속상해도 친구 몸을 그렇게 미는 거 아니야! 00 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해~~ 그리고 00 이가 먼저 대장 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서로 번갈아서 대장 하면 어때?”라고 훈육했는데, 또 엄마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지오가 또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먼저 해적놀이하자고 했는데! 내가 대장인데! 00 이는 대장 아니야!”


한참 아이를 달래며, 네가 대장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그렇지만 말로 해야지, 친구를 미는 행동은 안된다, 했더니, 점점점 울음이 잦아들다가, 다시 같이 놀고 싶었는지 옆을 맴도는 여자친구에게 다가가, “00아 밀어서 미안해” 사과를 건네는가… 싶었다.


“가위바위보 이기면 대장 하는 거야”라는 말에, 오 나름 타협의 방법을 찾아가는 건가! 했는데, 아뿔싸! 여자친구가 가위바위보를 이겨버리자, 지오는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폭주했다.


“아니야!!!!! 내가 대장이야!!!!!!!!!!!!”


이럴 거면 가위바위보를 왜 하자고 한 것인지… 아이는 잠투정 같이, 약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 소리 저 소리 다해가며 꼬장을 부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이랑 안 놀 거야, 00이랑 안 놀 거야, 친구들 다 미워, 내가 대장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왜 자꾸 나보고 대장 하지 말라고 해!!! 여기 애들 다 집에 가면 혼자서 여기 놀이터에서 놀 거야!”


이게 바로 내가 요즘 가장 육아에 있어서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친구들을 배려하는 법을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지오는 친구들을 모두 이겨야 하는 대상처럼 생각한다. 자신이 더 잘나야만 하고, 자신이 뒤처지는 것을 곧 죽어도 못 받아들인다.


가정에서 보드게임할 때도 그랬다. 엄마 아빠가 보드게임을 이기기라도 하면, 거의 세상 떠나가라 울고불고 난리다. 무조건… 다시 보드게임해야 한다. 본인이 이길 때까지 ㅠㅠ (본인이 진 채로 자리를 뜨지를 못함…)


결국 아이 달래기에 지친 엄마 아빠가 연기 투혼을 펼치며, 명승부인 것처럼 그런데 아들이 역전승한 것처럼 해준다.. 혹여 우리의 이런 행동들이 잘못되었던 걸까? 실패한 경험을 오롯이 느끼게 해야 했을까…


이거 이거 글을 쓰다 보니… 이게 바로 ‘왕자병’ 아닌가…


어떻게 바르게 잡아줘야 할지 요즘 제일 어려운 지점이다.. 게다가, 엄마 아빠가 자기편을 안 들어주고,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 그 눈빛이…. 나를 쪼그라들게 만들어…. 근데 네가 잘못한 건 네가 잘못한 거잖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서운했구나, 억울했구나, 감정 읽어주기뿐인데… 감정 읽어주기 해놓고 바로 정의실현하는 극 T 엄마가 미웠을까…


급기야 오늘 “내가 최고야” (루시 커진즈) 책을 읽는데 — cf. 언제나 내가 최고야,라고 말하던 멍멍이가, 자신이 세상 최고가 아닌 것을 깨닫고 울다가, 친구들이랑 ‘그래도 우린 최고의 친구잖아’ 하며 정신 승리하는 그림책인데ㅋㅋㅋ (사실, 각자 재능이 다 다르고, 자신만의 특기 분야가 다 다르다 뭐 그런 내용…) —


지오가 무려 이 책을 읽다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바로… 자신이 세상 최고가 아닌 것을 깨닫는 페이지에서… 오 마이갓… 울지 마.. 엄마가 더 충격적이야.. 그림책 읽다가 울다니…. 아들이 너무 씨게 팩폭 당했나 싶어서… 엄마는 웃긴데 웃지도 못하고… 왜 하필 오늘 고른 책이 이 책인 거야…


아놔.. 5살 때부터 이렇게 아이 감정 다스리는 거…

옆에서 지켜보기 너무 힘든데요…


나중에 사춘기… 그건 어떻게 지나가는 거예요?

엄마 피 안 말라죽는 거 맞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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