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한 빨리 알려주는 게 좋을까? 할 수만 있다면 늦춰주는게 좋을까?
아이가 성장해가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지고, 그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짐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는 아이들은 “세상이 만만치 않은 곳이고, 때론 불합리한 곳이며, 네 뜻대로 언제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빨리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스무살 성인이 된 때로부터 바로 내 모든 용돈을 끊었다. “성인이 되었으니 네 삶은 네가 꾸려 살아라” 였는데... 정말로 버스비 식비 학교 교재비 핸드폰비, 내 모든 생활비를 모두 내가 벌어야했다. 나는 스무살 되던 해 대학생 1학년때 바로 동네 과외를 시작해, 취업 전까지 항상 알바를 했다.
핸드폰비가 밀려서 연체도 해봤고, 그래서 돈이 부족할 때면 여과없이 집안일을 해내며 엄마에게 용돈을 부탁부탁부탁해야했다. 알바가 끊길때면 돈이 부족해서 놀러나가지 못하기도 했고, 친구과 놀고싶어도 과외수업 준비해야해서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어렸을 땐 엄마가 정밀 치사하다고 (?) 자비없이 돈 앞에서 딱 선 긋는 엄마 모습에 많이 짜증도 부렸었는데, 결과론적으로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는 훈련“을 했고, 더불어 ”돈 관리와 절제“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웠다. (물론 아직도 갈길 멀었음) 그렇게 나중에는 알바한 돈을 모아서 태국으로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가기도 했었다.
그땐 힘들었지만, 결과론적으로 너무나 필요했던 실생활 교육이었고, 나는 내 자식에게도 똑같이 이 방법을 쓸 예정이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이나 부모라면 “세상의 만만치 않음”을 꼭 단호하게 알려줘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내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인지가 넓어질수록, 아이의 교육에 대한 고민들이 깊어질수록, 내 마음엔 양가적인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세상의 쓴맛이라는게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이가 크면서 만나는 세상은, 그러니까 학교, 기관, 공동체 그리고 부모에게서도, 아이가 최대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능한 한 좋은 친구들만 만났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노골적이지만 질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면 좋겠다, 이상한 아이들과는 최대한 안부딪히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어쩔 수 없이 하게되더라.
정말 “엄석대” 같은 폭군 6학년 형이 있던 초등학교를 나왔던 남편은, “질 나쁜 아이들“에 치를 떨며, 그거야말로 ‘겪어도 되지 않을 일’이라고 불렀다. 어울릴 가치가 없는 아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 사회 역시 그런 ”이상한 사람“들과도 결국에는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사회라면, 지오도 언젠가는 이런 친구(?)들과,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배워가야하는게 맞는건데, 원래 내 철학대로라면 말이지, 그런데 부모가 되고보니, 점점 커가는 아이를 보니, 그 마음이 그마음이 아니더라는 거다.
좋은 학군지였으면 좋겠고, 그래도 어느정도 바르게 가정교육받고 자라난 아이들로 구성된, 그런 어느정도 ”필터“된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불쑥 불쑥 올라온다. 이럴때면 또 가능한한 세상의 쓴맛을 늦게 알려주고싶단 생각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속물 of 속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도 어쩔 수 없는 도치맘도치파인가봐, 우리 새끼 말고는.. 정말 가시 꼿꼿이 세울수밖에 없는것인가.
세상의 쓴 맛을 알려주기 적당한 나이란 언제란 말인가?
아니면 경제적인 부분 또는 인간 관계와 같이 세상의 쓴 맛을 먼저 알려줘도 되는 분야와 세상의 쓴 맛을 나중에 알려줘도 되는 분야가 나뉠 수가 있는것인가?
아직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부모 마음이, 우리 부부의 마음이 이토록 자식 앞에선 가벼워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