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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시모프 Aug 15. 2022

순식간에 무너진 국내 최대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의 몰락

PC통신 시절부터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기고 싸우고 와해되고 으쌰 으쌰 하고 위로받고 했지만, 최근 몇 달 전 알게 되어 가입한 <익스트림 무비>의 흥망성쇠만큼 Extream 한 상황은 못 본 것 같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던 필 감독이 직접 영상 메시지를 조내며, <놉>의 아이맥스 단관 시사를 하며 최고조에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렇게 까지 큰 커뮤니티가 아니었다고 하는데, <범죄도시 2>, <탑건>, <브로커>등으로 갑자기 유입된 신규 유저가 많아지고 이런저런 불만도 같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이 조용하고 노출도 적어서 '내가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브런치와 달리, 영화 리뷰와 글에 칭찬과 응원이 많이 달리고 '명예의 전당' 카테고리에도 자주 들어서 많은 힘을 받았었다. 특히, 브런치에서 진짜 의무감스런 라이킷 수에 무플이었던 글들이 인기가 좋아서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위로받았다.


<RRR 인도여 하나가 되어라, 반데 마타람!> 에 달린 댓글들. 많은 힘이 되었다.


두 달 전 내가 가입할 당시의 익스트림 무비 커뮤니티는 '회원들 간 친목질 금지, 정치. 종교 등 혐오 글 금지, 반말 욕설 금지, 자신과 평가가 다른 영화평 조롱 금지'등의 원칙이 있었고 운영진이 매번 모니터링하며  검열을 했기에 여타 커뮤니티보다 깨끗한 분위기에서 영화만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형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대부분 날이 선 정치 이야기나 반말에 욕설이 일상인 데다 정말 뇌를 거치지 않은 글들이 많아서 별로 안 좋아했으니까. 특히 영화 글인데 장문이기까지 하면 대부분 읽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익스트림 무비가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익스트림 무비가 커갈수록 그 사이트에서 검열당해 강퇴당하는 사람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운영자들도 점점 길을 잃고 과격하게 검열하기 시작했다. <외계+인>과 <비상선언>에 대한 이상한 극단적인 평가는 돈받고 홍보하려 회원을 이용하는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놉> 시사회에선 사이트 내의 유저끼리 저격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감정 실린 탈퇴와 강퇴가 이어지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결국은 운영자인 다크맨과 파워유저들의 질 나쁜 과거 글들이 밝혀지며 운영자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다크맨은 그간 자신의 영향력으로 커뮤니티를 검열하고 정비해왔지만, 그 영향력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익스트림 무비에서 탈퇴 강퇴된 사람들은 익스트림 무비에 대한 뒷말을 하던 디씨의 익스트림 무비 마이너 갤러리에 모여들어 익스트림 무비 운영자와 회원들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익스트림 무비에 있는 회원들은 대거 탈퇴하거나 조용히 있는 상태다. 다크맨은 사과를 올렸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도 여러 가지로 검열되며 굉장히 어수선하다. 이 모든 일이 하루도 안 되는 사이 벌어졌다.


나는 다크맨이 누군지도 모르고, 익스트림 무비의 유저들이 주는 그 분위기와, 긴 글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때문에 계속 들어갔었다. 그리고 탈퇴를 안 하고 아직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 일이 진정되려면 운영진 총사퇴와 더불어 새로운 운영진에게 이 사이트를 이양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평소 존댓말로 서로 웃으며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탈퇴해서 디씨나 펨코 같은 사이트에 모여 키득거리며 욕과 반말로 이야기하는 것도 난 사실 이해가 잘 안 된다. 그 정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가. 내가 보았던 그 사이트의 분위기는 환상이었던 걸까. 백일몽을 꾼 기분이다.


그래도, 어딘가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사이트가 없어질지도 몰라서, 받은 덧글들을 캡처해 놓았다. 시간이 나면 브런치 글 밑에 달아놓을 생각이다. 서로들 모여서 좋은 이야기를 하며 때로는 이영화가 좋다 나쁘다 하며 다투기도 하고, 새로운 해석에 영향받기도 하고,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영감을 받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의 바람으로는 익스트림 무비가 정상화되면 좋겠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어찌 되더라도, 내가 할 일은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을 완성해야겠다.

내 글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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