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브런치에 첫 글을 쓰기 시작한 후, 1년 반이 지났다. 초창기에는 에세이 형식의 글도 좀 자주 쓰려고 해 보면서 의욕이 앞섰으나, 작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너무 바빠 자주 못쓰게 되었었다. 한 달에 하나 쓰면 다행이었던 때도 있었고. 그동안 메인에 두 번 올랐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길 원하는 글은 따로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글들이 올라가서 조금 시큰둥했었다.
특히 브런치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쓰고 정리하려고 했던 <그 영화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 매거진 글들은 나름 야심 차게 쓴 글이었는데, 절망적인 조회수와 라이킷 등은 과연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려는 사람들만 모여있지, 글을 읽으려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건가? 그렇다기엔 유명 작가들은 라이킷도 몇백 개씩 받는 것 같던데.
그래서 영화 관련 글은 좀 시큰둥했다가, 저번 달부터 <익스트림 무비>라는 영화 커뮤니티에 가입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글은 그 글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던져야 읽힌다는 걸. 그리고 브런치는 영화 관련 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다음 영화 카테고리에 브런치 매거진에 올라가는 글도 글을 읽고 올리는 게 아니라는 걸. 내 글이 잘 썼는데 왜 안 올라가!라는 뜻이 아니라, 진짜 별 얘기 아니고 라이킷도 별로 없는 글을 그쪽에 다다다 걸어주기도 하더라.
<그 영화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내용이 좀 어려운 면도 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적어서 그렇다고 이해는 하지만, <영화를 볼까 드라마를 볼까>에 쓴 리뷰들은 익스트림 무비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좋아요나 덧글도 엄청나서 굉장히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 중이다. 리뷰 중에 '<엘비스> 심장을 내어주고 사랑을 가져간 남자'는 익스트림 무비에서는 좋아요가 74개, 조회수는 4000을 넘겼고 덧글도 58개나 된다. 심지어 브런치 글 자체도 다음 메인에도 떠서 브런치에서의 조회수도 며칠 만에 7000을 넘겼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라이킷은 이제 10개 받았고 인기 글에는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
어제 올린 '<RRR> 인도여 하나가 되어라, 반데 마타람!' 같은 경우에는 정말 영화를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애를 써서 정리하고 쓴 글인데, 브런치에선 18개의 라이킷 정도일 뿐이다. 익스트림 무비에선 내 글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덧글도 너무 좋은 얘기들을 받아서 뿌듯해하는 중인데. '<토르: 러브 앤 썬더>바이킹, 붓다 그리고 Rock' 역시 기존의 글들보다 심할정도로 조회수나 라이킷이 적어서 당황했다. 물론 익스트림 무비에선 굉장히 호응이 좋은 글이었다. 이전 영화 관련 글들도 익스트림 무비에 올리지 않았다면, 내가 과연 글을 잘 쓰고 있는 건지 몰랐을 거다.
그렇다고 내가 브런치에서 친목질을 한다거나, 격의없는 덧글이 막 달리는 걸 바라는건 아니다. 나도 그런건 별로다. 하지만 조회수 자체나 라이킷, 메인등에 올라가는 시스템, 그리고 타인의 글에 갖는 관심등은 좀 많이 아쉽다.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는 그 결이 다르다는 걸 안다. 브런치가 뭐 나한테 특별히 잘해줄 이유도 없다. 유명인도 아니니까. 그래도 난 여기가 제일 글을 정리하기가 쉽고 깔끔해서 메인으로 삼고 있는 건데, 그냥 서운하다는 거지. 글을 쓰게 만들려고 만들어져 있는 플랫폼이, 글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거.
아무튼 지금 영화 관련 글에 대한 뽐뿌는 익스트림 무비에서 받고 글은 브런치에 정리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있는 곳이지, 내 집 같은 곳은 아니니까. 1년 동안 구독자 100명밖에 못 모은 이곳은 별로 인기가 없는 브런치 같다. 그래도 난 여전히 이곳에 글을 정리할 것이다. 내 글이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