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으로 가장 귀찮은 일은, 과일을 혼자 먹기 위해 사서 깎고 잘라서 차리고 먹은 다음 껍질과 씨를 버리는 일이다. 요리도 귀찮지만, 과일은 점점 더 귀찮아진다. 맛도 맛이지만 껍질 채 먹거나 수박을 숟갈로 퍼먹거나 하게 되고 종국에는 뒤처리가 귀찮아져서 안 사 먹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껍질을 잘 깎고 잘라서 씨까지 발라 배달해주는 가게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특히 수박과 배에 진심인 나에게는 더 그렇다. 그런 과일 배달해 주는 가게가 꽤 있지 않느냐고? 솔직히 배달앱을 보면, 다들 자신들이 무슨 인생 최고의 맛집 가게인양 홍보하는 곳들이 많다. 먹어보면 흔해빠진 야식 배달집이면서. 과일 역시, 무언가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다기 보다는 구색만 맞추기인 곳들이 많다. 별점이나 덧글을 종용하면서 말이지.
구색 맞추기 서비스나 덤 등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보통 다른 과일가게는 말라비틀어진 작은 귤 몇 조각이나 자르다 만 바나나를 주면서 생색을 내거나, 맛도 없는 과일을 비싸게 잘라 팔면서 구색 맞추려 한다. 쥬씨에서도 수박 도시락을 팔아서 좀 흥해서 사보긴 했는데, 솔직히 수박의 퀄리티가 프휘에 비해 너무 떨어져서 다시 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곳 성남에서 과일배달을 하는 <프휘>에서 일원 한 푼 받은 게 없다. 게다가 그냥 좀 걸어서 마트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이곳에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단순한 맛집 홍보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조금만 정성을 가지고 소비자를 대하면 소비자도 그걸 알고 충분히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다.
일단 <프휘>는 수박에서 검은 씨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사진에서도 보면 알지만 씨를 거의 다 발라낸다. 난 씨를 그냥 같이 먹는 사람이라 별 신경 안 쓰는데, 그래도 그게 맛에 주는 차이는 확연하다. 그리고 수박이 당도가 조금 떨어질지언정, 사각거리는 질감이 물러서 떨어지는 걸 파는 걸 본 적이 없다. 다른 과일들도 마찬가지다. 단감이나 배를 먹을 때도 씨뿐 아니라 씨방을 잘 발라내서 맛이나 색감, 식감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 꼼꼼히 커팅한 게 눈에 띈다. 물론, 애초에 질 좋고 일관된 퀄리티의 과일을 고르려 노력한 것이 눈에 보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더군다나 요거트는 완전 정통 그릭 요거트인데, 그 '꾸덕함'이 요거트의 진심을 말해준다. 내가 요거트에도 진심인 사람이라, 그저 달달한 요거트보다는 진짜 그릭요거트를 더 선호하는 편인데 여기만큼 꾸덕한 곳을 요거트 전문매장에서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양이 1인분에 모자라게 남았다고 돈을 환불해주면서까지 그냥 서비스로 주신건 사장님의 마인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보면 값이 좀 비싸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일관된 과일 맛 (특히 딸기와 수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과일 도매상하고 연계해서 장사하고 있나?
그런 <프휘>가, 요새 설 명절이 지나고 과일 값이 오르고 과일 상태가 좋지 않다고 잠시 문을 닫고 있다. 프휘가 이런 식으로 종종 문을 열지 않거나, 그날 과일이 다 팔리면 일찍 문을 닫거나 해서 과일을 사 먹기가 힘들 때가 있다. 설마 이렇게 문 닫고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도 든다. 다른 배달 가게야 이거 없으면 저거 사 먹으면 되지만, 이곳은 대신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만큼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