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의 가장 큰 문제는 PD다. 뭐 여러 문제가 있지만 특히 과학적 사실에 대해선 무지한 게 분명하다. 그런 편집을 하면 대중들에게 위험하다 생각한다.
가장 의아해했던 게, 63회 국립수목원 이유미 원장님 <식물의 진화>에 관해 설명했던 회차다. 여기에서 이유미 원장님은, 식물의 아름다움이나 멋짐, 신비로움을 더 드러내서 설명하려 하셨는지, 아이들에게 하듯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진화에 대해 식물을 의인화해서 설명하셨다. "곤충이나 유혹하고 살아야겠어?" 하며 운명을 개척해가는 풍매화라는 설명. 그리고 소나무의 수꽃이 암꽃보다 밑에 있는 이유가,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을 하셨다. 그렇게 듣다 보면, 마치 식물이 그런 방향으로 진화를 한 이유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목표하는 방향성으로 진화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패널들은 '와 소나무 똑똑하다'라는 식의 반응을 했다.
여기서 딘딘이 그 문제의 질문을 하는데, "선생님, 그거.. 상상이에요?"라고 말하자 원장님도 당황하고 패널들은 웃으면서 딘딘에게 타박을 한다. 하지만 딘딘이 얘기한 건 내가 듣기에, 원장님의 연구를 무시해서라기보다 '어떻게 식물의 생각을 알 수 있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질문이었고, 그건 곧 '식물이 그런 의지를 가지고 진화한 건가요?'라는 질문도 되는 것이다.
딘딘은 기독교 신자고, 주변에서 진화론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제대로 설명해줬더라면 과학적인 진화론을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딘딘의 마음속에서는 '과학자들도 저렇게 식물의 마음을 상상해서 해석하는구나. 성경이랑 다를 바 없네'와 같이 느꼈을 수도 있다. 이 태도가 바로 일반적으로 과학적인 사고를 한다는 사람들이 비과학, 유사과학을 따르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다. 딘딘은 마음을 닫고 그런 식의 질문을 하지 않겠지. 나도 학창 시절, 정말 신념을 가지고 발표했다가 그게 선생님이 바라던 질문에서 너무 나간 것이어서 모든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입을 닫아버린 과거가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방송이 그렇게 흘러갔어도, 진화에 대한 지식이 있는 PD라면 보충설명 CG를 통해서 '진화는 다양한 변이중에 환경에 적응한 것이 진화이지, 용불용설처럼 어떤 목표를 가지고 힘써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식의 보충설명이 들어갔어야 했다. PD라면 편집하면서, 왜 그런 질문이 나왔는지 여기서 부족한 건 뭐였는지 봐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걸 그냥 우스갯소리로 만들어버렸다.
사실 최근 185회 <AI와 함께 살기->에서도, 패널들이 '인간은 뇌를 10%만 쓴다고 하더라 라는 유사과학 얘기를 계속하는데도, 앞에 나온 강연 자는 뇌과학자가 아니므로 그 대답을 회피했지만 PD라면 그걸 짚고 넘어가던지 편집했어야 했다. 차이나는 클라스처럼 유명 강연자가 나와서 하는 방송에, PD가 엉망으로 편집하면 이런 식이 되는 거다.
나야 뭐든 회의적으로 좀 보는 편이라 방송이라고 다 믿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검증된 방송이라고 하면 무조건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방송이 더 위험하다. 특히 중간에 보수적인 정치색을 은근히 껴넣어서 편집하는 것도 보이던데 그건 뭐 말하지 않겠다. 이것도 다 내가 애정을 가지니까 하는 말이다. 이 정도로 대중에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교양지식을 설명해주는 방송도 드물다. 그러니 앞으로 잘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