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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문

절규

by 박경민


이 고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인연,

핏줄,

연민,

도리,

집착,

광기…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붙잡고 있기에

나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무엇인가를 지우고, 포기하고, 잊는다면

이 고통은 사라지는 것인가?


아니, 아닐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오, 죽음이여.


죽음이라는 축복이

내게로 다가와

고통을 거두어가길


신이시여,

부디 죽음 뒤에는

이 고통이 사라지게 하소서.


나에게도,

그에게도,

부디 이 고통과 함께

모든 기억이 사라지게 하소서.


아.

어쩌면 이 고통은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기묘한 착각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기묘한 착각은

고약한 신이 심어놓은,

바보 같은 집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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